여성은 꽃미남에 투표한다?
지난달 말의 일이다. 한 스포츠 구단한테서 문자로 영상 두 개를 받았다. 정규리그 분야별 투표에서 소속 구단의 선수를 뽑아달라며 투표권이 있는 매체 기자들에게 돌린 선수 관련 홍보 영상이었다. 분위기상 다른 구단 선수에게 다소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소속 구단이 준비를 참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영상은 오히려 선수에게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쳤다. 차별화된 영상이 문제였다.영상 제목은 OO상 △선수 영상_남자 기자 버전, OO상 △선수 영상_여자 기자 버전으로 되어 있었다. 남자 기자…
박민 닮은꼴 김백, 이러려고 YTN 돌아왔나
YTN이 민간자본에 넘어가고 김백 사장이 선임됐다. 라디오 진행자가 교체되고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는 일방적으로 폐기됐고 간판 프로그램 돌발영상은 불방됐다.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사장에 이어 보도국장이 임면동의제 절차를 무시하고 임명됐다. 김 사장 취임 닷새 만에 YTN에서 이뤄진 일련의 과정은 매우 익숙하다. 취임하자마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김백 사장의 행보는 박민 KBS 사장과 판박이다. 또 다른 일방통행이 불 보듯 뻔하다.마치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처럼 YTN에서 진행되는 일들은 저널리즘 가치를 팽개치고 자사 기자들이 취
'권력'을 위한 대외정책과 그 결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의 누적 사망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인구가 220만명이니 100명 중 1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사망자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4개월 뒤에는 가자의 주민 대다수가 기근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유엔 특별보고서도 나왔다. 작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침입해 1400명을 학살하고 240명을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구의 이런 참상은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미국을 비롯한
공천 파동과 언론의 책임
제22대 총선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아무래도 공천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발언 이전까지 양대 정당의 뉴스들은 온통 당내 주류와 비주류, 혹은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간의 공천 갈등으로 뒤덮였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둔 시기까지도 공천된 주요 인사들의 비위에 관한 보도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국 공천이 선거 보도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검색어 공천이 들어간 기사가 2024년 3만2209건(4월1일 현재)에 달하고, 공약 2만1258건보다도 1만건…
'정치권 사생결단' 부채질하는 총선 보도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최하는 남자농구 디비전1 토너먼트를 부르는 애정 어린 표현이다. 미국 전역에서 68개 대학이 참가해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회로,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 3월의 광란도 한국판 3월의 광란엔 미치지 못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얘기다.너 죽고 나 살자.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여야의 태도다. 핵심 주제는 딱 두 글자, 심판. 더불어민주당을 축으로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심판론과 최근엔 이조(이재명
실망과 모욕 주는 '여성 실종' 총선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너무나 위태롭구나.약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국면을 지켜보며 또 한번 이를 느꼈다. 누가 더 최악인지 겨루는 승부가 박빙인 이 기막힌 경기에서 혹시나 했던 우려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스스로 만든 악재와 패착 속에 위기에 몰린 양당은 결국 가장 먼저 여성을 내던진다. 제 살기에도 급급하니 여성을 챙겨줄 여유 같은 건 없다는 식이다. 한국 정치가 여전히 기득권 중년 남성의 패거리 정치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각 정당의 옷 색깔은 다르지만 이런 본질은 같다.피 튀기는 공천 전쟁의…
'칼의 위협'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
1988년 7월, 노태우 대통령은 정기승 전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이 임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순간이었다. 그가 유신정권 및 제5공화국 아래 보여준 군사정권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가 문제가 되었다.정기승 전 대법관 지명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는데, 지명 한 달 전인 6월에 민주적인 사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소장법관들의 서명운동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민사지법의 법관들이 중심이 되어 민주화 열기의 와중에서도 사법부가 아무런 자기반성의 몸짓을 보여주지 못했
'방심위 정치심의' 제동, 무겁게 받아들여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내린 과징금 결정이 법원에서 잇따라 효력 정지됐다. 방심위가 지난해 11월 KBS, MBC, YTN, JTBC 보도 6건에 대해 긴급심의를 진행해 총액 1억4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는데 모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방송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고, 효력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방심위의 긴급성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김유진 방심위원에 대한 해촉이 부당하다는 법
'표현의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가짜'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14일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 잘 들어라며 1988년 8월 당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이 현역 군인들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한 사건을 언급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게 문제였다는 식이었다. 우리에게 그의 말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하려면 칼 맞을 각오를 하라는 협박으로 들린다.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라는 점은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다.황 수석은 농담이라 했지만 우리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간 정부 비판적인 언론
기술 유출 시장에 부는 엉뚱한 '한류' 바람
중국뿐 아니라 요즘엔 미국, 인도, 유럽까지 한국산이 안 팔리는 곳이 없습니다.K-드라마나 K-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한 기업인의 하소연이다. 한류의 바람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있다. 핵심 산업 기술이 잇따라 해외로 반출되는 사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나라의 기술 인재를 빼가려는 인력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엔 유출 경로가 주로 중국으로 향하던 것이 미국유럽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기술 우위가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