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부터 흔들리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신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도 높게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펼치던 중국이 이달부터 돌연 위드 코로나 전환을 선언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감염병 확산을 막겠다며 식당 내 취식을 금지하고 전 주민 48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화, 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 집단격리시설 이송, 주거단지 봉쇄 등을 고수하던 것과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다. 베이징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싼리툰에서 만난 한 청년은 중국도 코로나19와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달아 다행이라고 말했다.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방역 정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가슴이 말을 걸 때 이성이 반박의 목청을 높이는 것은 예의에 벗어난 짓이다. 키치(Kitsch)의 왕국에서는 가슴이 독재를 행사한다.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맹목적 이미지만 신봉하는 태도를 나쁜 예술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인 키치에 빗대 조롱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을 76년으로 봤을 때 그 시간은 4000주에 불과하다. 즐거움이 많지만 고통도 따른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어우러진 것이 삶이다. 그래서 사람은 짧디짧은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그러나 깊은 고뇌와 성찰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
가구라자카(神楽坂)의 도시전설
신이 머물렀다 가는 곳, 가구라자카(神楽坂). 도쿄 신주쿠구의 지명 중 하나로 보통 7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일컫는다. 차 두 대가 겨우 교차할 만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음식점과 술집 등이 늘어서 있다. 그 이름처럼 가구라자카는 언덕(坂)이다. 신위를 모신 가마를 잠시 멈춰두는 곳, 신악(神楽)이 언덕까지 들려와서 그 지명이 됐다는 설도 있다.이곳의 진짜 매력은 중심 거리가 아닌 한 걸음 더 들어간 골목들이다. 고급 전통 음식점이나 미슐랭 레스토랑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정체 모를 공간들이다. 간판이나
2022년 호주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 살펴보니
호주 Media Diversity Australia (MDA)가 2022년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7년 호주 언론인들이 설립한 이 단체는 호주 언론인의 다양성에 관한 보고서 누가 호주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Who Gets to Tell Australian Stories?)를 발간해왔다. 2020년 이후 2년 만에 발간된 MDA 보고서는 올해 6월1일부터 14일까지 103개의 뉴스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언론인들의 연령별, 성별, 문화적 배경에 따른 다양성 분포를 분석했다.언론인들의 문화적 배경에 따른 분포를 살펴
독일엔 있지만 우리에겐 없는 것
그야말로 언론 수난 시대다. 정치와 언론이 본디 뗄 수 없는 관계라곤 하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정권의 언론에 대한 비판과 불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독일도 마찬가지이고 그 대상이 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편향된 판단이 담긴 콘텐츠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과정에 개입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검열금지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독일의 기본법으로 보장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언론 또한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독일은 기사가 발행된
여러 모습의 2022 카타르 월드컵
달력을 보다가 어느덧 2022년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간은 참 빠르다. 새해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이라니. 조금만 있으면 송년회다, 연말모임이다 해서 또 시끌벅적할 것이다. 이곳 중동지역은 현재 2022년 최대 이벤트인 카타르 도하 월드컵으로 전역이 분주하다. 이번 월드컵은 여름에 개최됐던 관례를 깨고 겨울에 열리고, 중동지역에서 개최되는 첫 월드컵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도하 월드컵은 필자에게도 의미가 깊다. 2017년 한국을 떠나 두바이에 정착하면서 당시 주위 사람들에게 도하 월드컵 때
'국민의 정부' 택한 좌파 대통령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구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선거라고 표현한 브라질 대선이 결국 좌파 후보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이 신문이 말한 것은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빈곤 퇴치 등 글로벌 의제와 관련한 브라질의 역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룰라는 10월2일 1차 투표에서 48.4%(5720만표)를 얻어 43.2%(5107만표)에 그친 현 대통령 보우소나루를 600만표가량 앞섰다. 1차 투표에서 룰라가 과반 득표에 성공해 당선을 확정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우파 결집으로 보우소나루가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
후진타오는 정말로 끌려 나갔을까?
전 세계의 시선이 중국으로 향했다. 향후 5년을 이끌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고 그를 보좌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시 주석 포함 7명)도 꾸려졌다. 지난달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들이 붉은 카펫을 걸어 나오자 특파원들은 경악했다.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시 주석의 측근들로 채워져서다. 덩샤오핑이 어렵사리 구축한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무너지고 마오쩌둥의 1인 지배 시대가 다시 열렸다.한국을 비롯한 외신 매체들이 더 주목한 것은 지난달 22일 당
거부들의 소셜미디어 사유화 논란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 랩퍼 카니예 웨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이들에겐 공통점이 여럿 있다. 툭하면 논란의 중심에 선다는 점, 손꼽히는 자산가라는 점,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부를 이용해 소셜미디어를 장악하려 한다는 점이다.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3월 기준 자산 2190억달러를 보유한 명실 공히 세계 1위 부자다. 각종 무책임한 언행과 말바꾸기 등으로 거듭 논란을 만들어 온 그는 지난 4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뒤 석 달 만에 계약 파기를 선언하는가 하면, 다시 석 달 만에 이를…
호주 인터넷신문이 '언론 재벌' 머독과 싸우는 이유
지난 6월29일 호주의 인터넷 신문 크라이키(Crikey)는 트럼프는 불안정한 반역자이고 머독은 불기소된 그의 공모자(Trump is a confirmed unhinged traitor. And Murdoch is his unindicted co-conspirator)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크라이키 정치부장이자 기사를 작성한 버나드 킨(Bernard Keane)은 글로벌 미디어 거물 머독이 폭스뉴스를 이용해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나간 후, 뉴스 코프의 공동 회장인 라클란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