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질적 메이저' 만들겠다"

<기협 인터뷰>고영재 경향신문 사장




  고영재 경향신문 사장  
 
  ▲ 고영재 경향신문 사장  
 
경향신문은 창간 60주년을 맞아 새해부터 불협화음을 겪으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2차례 편집국장 임명동의투표가 부결, 이로 인해 조용상 사장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4일 주총에서 만장일치로 고영재 사장이 새롭게 선출되면서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새 출발을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영재 사장을 지난 8일 경향신문 5층 사장실에서 만났다.






취임소감을 말해 달라.

경향신문은 지금 어렵다. 하지만 경향신문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뿐 아니라 내부 잠재력이 존재한다. 또한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의욕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경향의 발전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창간 60돌을 맞아 경향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고 여건도 안팎으로 성숙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일만 남아 있다.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경향의 소유구조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주조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개혁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모든 사원이 주인이라는 점은 큰 장점이다. 이것은 주인의식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일부에선 구조개혁 등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주인의식을 한 데로 묶지 못하는 게 문제다. 결코 직원들의 지분과는 상관이 없다.



또한 조직을 임의적으로 도려내는 것이 구조조정의 취지가 아니다.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이다.

오히려 조직을 하나로 묶는 것, 하나의 구심점을 통해 하나의 전략적인 목표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비전의 유·무, 조직에 대한 열정, 조직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를 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창간 60주년을 맞아 경향신문의 비전을 제시해 달라.

내가 내세우는 핵심은 ‘질적인 메이저’다. 작지만 강한 메이지가 되자는 게 핵심이다. 종이신문 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4~5년 후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신문시장 판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와 같이 물량에 의해 신문시장이 지배되는 시대는 변화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2백만부가 넘는 신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시대는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작은 신문’은 외향적으로는 50만부를 넘고 질적으론 국민, 독자들이 신뢰하는 신문이다. 지금은 아무리 부수가 많더라도 국민이 진정으로 믿고 존경하지 않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신문은 근본적으로 신문 콘텐츠에 대한 반성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경향신문이 가장 앞장 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본유치위원회(가칭)를 가동해 ‘건전한 투자자’모집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해 달라.

일단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본이 존재하고 경향의 가능성을 믿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다. 다만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아직 난관이 남아있다.



자본은 자본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경향신문은 자체적인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엔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난관 그리고 고비가 있으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물리적인 시한 명쾌하게 밝히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분명한 것은 경향이 달라지는 모습, 그 가능성을 증명할 때 나는 많은 자본이 경향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도 경향신문에 관심을 가지는 자본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자본인지는 원활한 협상을 위해서 밝힐 수 없다.

덧붙여 자본의 요건은 건강한 자본이어야 하고 현재 사원주주를 골간으로 한 소유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일차적으로 원치 않는 자본이다.



아울러 자본유치위원회와 관련, 아직 사내에선 공론에 붙여지지 않았지만 준비 중이다. 오늘(8일) ‘새 경향 출범위한 준비팀’을 발족하고 그 팀 안에서 검토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내 구성원들로만 자본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외에 계신 퇴사 선배, 경향의 장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분, 그리고 외자유치에 힘이 될 수 있는 선배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이런 분들의 힘을 빌릴 계획이다.





각종 선거 직후 단행되는 인사로 인해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다. 이번 인사를 어떻게 할 예정인가.

인사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논공행상 대신에 오히려 나를 도왔던 사람, 나와 가까운 사람이 인사문제에 관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할 것이다.

인사원칙은 ‘조직이 원하는 인사’이며 이번 주에 편집국장 후보를 지명하고 임명동의 절차를 다음 주에 걸쳐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1주 후에 본부장과 국·실장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

조직이 살지 않으면 경향신문의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장후보 가운데 사퇴하면서 ‘지지 의사’를 밝힌 후보들에 대한 인사를 어떻게 단행할 것인가.

내가 주총이 끝나고 당선 수락 연설을 할 때 인사원칙을 밝혔다. 적재적소 인사, 조직이 원하는 인사, 편견이 없는 인사 등 3가지 원칙을 말했다.

나는 선거 과정에서 경영진의 일환으로 이 두 사람(고영신, 박명훈 후보)을 모시고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가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도 ‘조직이 원하는 인사’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조직 대다수가 반대한다면 안 되는 것이다. 여론 검증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무난히 통과하리라고 본다.





독립경영 기반을 위한 비전은 무엇인가.

매년 큰 적자를 봤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내년에도 1백, 2백억 적자를 본다는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현 여건과 조건 하에서도 경영 상황은 크게 호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 여건에서도 경상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영계획서에서 3백억원의 외자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우리가 안정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경영난을 타계하기 위한 자금으론 보지 않는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능력과 현 경영상황을 우리 스스로 타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을 할 때 살아남을 수 있다. 절대 3백억원이라는 자금만으론 결코 경향을 살릴 수 없다.





후보시절부터 뉴미디어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뉴미디어시대에 대해 나름대로 흐름을 읽는 안목이 있다. 또한 기본적인 사실은 누구도 뉴미디어시대에 대한 전망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언론계의 실정이자 세계 언론계의 숙제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뉴미디어 세계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과 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미디어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뉴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게임에 ‘거대한 자본’이 동원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미디어가 감당하기엔 벅찬 전혀 새로운 양상의 게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맹목적으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다든지,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고 승산도 없는 게임이다.

오히려 종이신문 고유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경향신문이 잘 되어야 우리 언론이 발전할 것이고 우리 언론이 살아나야 우리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경향신문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경향 문제가 단기간 어느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해결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꾸준히 시간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경향신문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독자들이 원하는 신문이 탄생할 것이다. 경향신문은 소유지분 구성의 특성과 생각의 자유 및 유연성이 어느 신문보다도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원활히 할 수 있다.

나는 자유로운 신문만이 진정한 언론이 될 수 있고, 시대의 요구를 가장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때문에 경향신문의 변혁을 확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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