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의 숨결을 느끼는 사람들

동아 태극권 동호회…심신단련 효과 입소문


   
 
  ▲ 태극권은 내기의 배양과 조절을 강조하는 중국의 전통무예다. 동아 태극권 동호회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밤 모여 심신을 수련한다.  
 
퇴근시간을 맞은 광화문. 사람들은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네온사인은 현란하게 이글거린다. 최대치까지 속도를 올리는 도시의 저녁을 뒷그림 삼아 느림의 미학을 음미하는 이들이 있다.

매주 목요일 밤, 동아일보 사옥 8층에는 열세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동아 태극권 동호회’ 회원들이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 중국 전통악기 ‘얼후’(二胡)의 선율만이 잔잔하게 흐른다. 유려한 몸동작은 느리지만 절도가 있다. 어느덧 동호회원들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소림무예와 함께 중국 무술의 쌍벽을 이루는 태극권은 ‘생활 속의 도(道)’로 불린다. 소림처럼 파괴력을 중시하는 ‘외가권’(外家拳) 류의 무술과는 달리 내기(內氣)의 배양과 조절을 강조하는 ‘내가권’(內家拳)으로 분류된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을 선생으로 초빙해 올해 3월부터 수련의 길에 들어선 회원들의 심신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일본 북알프스 종주를 다녀온 장동하 총무팀 차장은 산증인이다. “3일간 하루 10시간씩 3천m가 넘는 산 8개를 연거푸 넘고 귀국하자마자 다음날 가뿐히 출근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주일은 앓았을 겁니다.”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이다. 식이요법이나 다른 운동 없이 태극권 하나만으로 매달 1kg씩 몸무게가 줄고 있다는 회원도 있다.

회원들은 태극권의 장점으로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시간·장소와 장비에 상관없이 심신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요즘 건강관리를 위해 헬스나 마라톤 등을 즐기는 기자들도 늘고 있지만 격렬한 운동을 하다 보면 부상을 입거나 활성산소가 생성돼 노화가 촉진되기도 한다. 태극권의 기본원리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한다’(以柔克剛)는 것. 꽃술이 터져 봉오리가 피어나듯 자연스럽게 심신을 단련시켜준다.

입소문을 듣고 편집국 간부를 비롯해 회원 가입을 희망하는 동아 구성원이 늘고 있다. 취재 현장의 기자 회원도 마감을 마치자마자 달려와 지친 육신을 달랜다. 회사의 울타리를 넘어 함께하는 시민도 있다. 태극권동호회는 앞으로도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동아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동호회 발족에 산파 역할을 한 문권모 기자는 안팎에 태극권의 저변을 넓히는 게 목표라고 한다. “태극권을 하다 보면 몸속에 기가 꿈틀대는 게 느껴져요. 한 번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는 무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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