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개혁, 말잔치로 끝나선 안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19대 대선후보 등록이 끝나면서 그동안 두루뭉술했던 후보들의 공약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 정치의 낡은 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하는 선거인만큼, 어느 때보다 후보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무너져 존재감을 잃어버린 공영방송 역시 바로 세워야 할 시급한 영역 중 하나다.


다행스럽게도 대선 후보들은 공영방송 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다섯 명의 대선 후보들은 모두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바로잡겠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영방송 장악에 항의하다 쫓겨난 언론인들을 전원 복직시키고 명예를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해직 언론인들은 다음 정부에서 복직돼야 한다. 정치권력과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언론통제 진상규명과 해직자 복직을 위한 기구를 만들겠다”며 “공영방송에서 대통령이 손을 떼도록 하고 독립적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보수로 분류되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후보들의 발언만 보면 누가되든 공영방송 개혁은 이뤄질 것처럼 낙관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돼 지금은 차가운 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 조차도 지난 대선 후보시절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좋은 말잔치’가 아니라 정부의 언론개입을 사전에 차단할 실질적인 제도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노조가 내놓은 미디어 정책 제안서는 주목할 만하다. 언론노조는 해직 언론인 복직과 부당징계 철회,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안의 조속한 개정 등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연합뉴스·YTN과 같은 ‘공적소유 언론’에 대한 정치적 독립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낼 수 있지만 이들 언론사는 그동안 언론개혁 논의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언론 개혁이 ‘좋은 말잔치’에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한 제도 도입과 실천이 중요하다. 대선 후보는 언론노조의 정책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청산되어야 할 언론적폐는 계속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로부터 ‘빵점·낙제점’을 받은 MBC 경영진은 구성원의 반대에도 ‘불공정 보도’에 책임을 져야 할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며 ‘정권연장’에 성공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격미달 판정을 받은 TV조선에 면죄부를 주는 조건부 재승인을 했고, 황교안 총리는 방통위원을 보수성향 인사로 ‘알박기’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누가 되든 ‘정권교체’가 될 것이 유력한 19대 대선이다. ‘어떤 정권교체’가 될 것이냐가 중요한 시점에, ‘어떤 언론개혁’이 될 것이냐도 중요한 요소다. 때이른 장미대선을 가능하게 한 시발점에는 권력의 비리를 가감 없이 파헤친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될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음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목도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선 후보들은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구체적 공약을 내놓고 실천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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