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경제인 52명이 발표됐다. 이번 경제사절단 선정 방식은 과거 박근혜 정부 때의 관주도에서 벗어나 경제단체 대표격인 대한상의가 주도하고,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스크린(신원조회)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 정부의 경제사절단은 방문국과의 사업연관성도 없으면서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용으로 참여하는 몇몇 ‘단골기업들’ 때문에 정작 참여해야 할 기업이 배제되는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 기업들이 대부분 배제되고, 기업내용 위주로 참여자가 선정돼 경제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오히려 청와대 심사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 ‘옥에 티’가 됐다.
경제인 선정작업은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로 상의 주최 민간심의위원회에서 예비후보를 추천하면, 2단계로 청와대가 결격자를 걸러낸 뒤 최종후보를 확정했다. 상의는 “1단계 민간심의위는 대미 사업실적 등의 경제 항목과, 탈법·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는지 여부를 살피는 비경제 항목으로 나눠 평가해서, 총점이 높은 기업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30대 그룹 중에서는 14곳이 신청해 10곳이 선정되고, 롯데·포스코·KT·부영 등 4곳이 탈락했다. KT와 부영은 1단계에서, 롯데와 포스코는 2단계에서 각각 고배를 마셨다. 4개 그룹의 탈락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세력과의 정경유착, 총수의 배임횡령 혐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검찰고발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총수가 국정농단세력에 400억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 역시 총수가 정경유착의 주역으로 꼽히는 전경련의 회장을 맡고 있는 GS가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현대차·SK·한화 등도 특검 조사를 받았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논평에서 “불법·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은 제한했다고 밝혔는데, SK 최태원 회장, GS 허창수 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등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기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성택 회장은 배임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청와대 심사에서 탈락했으나, “중소기업을 홀대할 수 있느냐”는 로비성 항의가 먹히면서, 막판에 구제됐다. 박 회장은 2015년 중기중앙회장 선거 때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아스콘조합의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했다가 배임혐의로 기소됐다.
청와대는 논란에 대해 “선정작업을 주관한 대한상의에 물어보라”며 설명을 피했다. 하지만 1단계 예비후보 선정에만 관여한 상의로서는 설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탈락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 선정에 청와대가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재벌개혁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또 이런 원칙을 일률적으로 엄격히 적용할 경우 사실상 주요 그룹이 모두 배제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행위자의 선의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과정과 결과까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경제사절단 선정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