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상화 위해 고영주 해임 결단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고영주씨는 MBC 노조의 ‘170일 장기파업’ 종료 직후인 2012년 9월 방송문화진흥회 감사로 취임하면서 방문진과의 악연을 시작했다. 그 직후인 2013년 1월 그는 공개 석상에서 “저는 (부림 사건을 변호한)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라는 발언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의 당사자로서 참회하진 못할망정 당시 사건의 변호인을 공산주의자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검찰은 최근 고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그의 극우 편향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2013년 1월 MBC는 <100분토론> 방송을 갑자기 취소하고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범인인 김현희씨와의 특별 대담을 방송했는데, 그 배경에 당시 고영주 감사의 집중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음이 확인된 바 있다. 2003년 방송된 <PD수첩>이 편향적이었다며 뚜렷한 근거도 없이 시정을 요구, 특별 대담 편성을 끌어낸 것이다.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세월호 특조위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왜 선박회사가 아니라 정부를 비판하느냐’라면서 MBC의 세월호 보도를 적극 옹호했고, 희생자 가족들을 향해서는 ‘떼쓰는 사람들’이라며 힐난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15년 9월 방문진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구 정권의 논리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이후 그는 자신의 극우적 신념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구(舊) 여권 추천 이사들과 함께 안광한-김장겸 체제를 적극 뒷받침했다. 증거도 없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해고했다는 백종문 부사장의 녹취록에 대해 “사적인 술자리 발언”이라며 옹호했고, 온갖 부당징계와 부당전보에 대해 법원이 시정을 요구해도 ‘나 몰라라’로 일관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MBC가 보인 편파적이고 무능한 보도에 대해서도 “여론조사는 조작된 것이고, 애국시민들은 MBC만 본다”라는 황당한 논리로 감쌌다. 그러면서 MBC의 불공정, 편파 왜곡 보도를 비판한 2016년 MBC 경영평가 보고서의 채택은 여태껏 미루고 있다.


고 이사장의 이러한 해태와 직무유기 속에 안광한과 김장겸 사장은 MBC를 공영방송에서 ‘태극기 시민들’만의 극우방송으로 전락시켰고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뉴스를 사유화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저항하는 구성원들은 해고하거나 재갈을 물려 현업 외부로 추방했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고 이사장은 올해 초 MBC 사장후보자들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며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방법이 있습니까?”라며 노조원들의 업무 배제를 사실상 지시하기도 했다. 배후에서 부당노동행위 및 방송법 위반을 조장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문진 이사들에 대해 ‘임명권’을 갖고 있다. 임명권한 자체에는 당연히 해임권한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선고 95누 1194)이다. 해임에 대한 별도의 법률 규정이 없더라도 해임 건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임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임명권자의 면직 권한을 배제하기 위한 입법 형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방통위가 이러한 판례를 적극 적용해 신속히 고 이사장 등에 대한 해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본다. 공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해임하는 것은 명백한 정부의 방송 개입이지만, 공적 책임을 내팽개치고 그 과정에서 현행법을 위반한 경영진을 해임하는 것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직무다.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의사가 전혀 없는 이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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