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물론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2018년은 역사적인 한 해가 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용의를 천명하고,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고,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기정사실화하는 뉴스를 목격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엄청난 상황 변화에 대해 원인과 배경, 향후 전망을 제시하는 분석과 제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한 몇 가지 오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 교훈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 적용하는 것은 문제 진단과 처방, 치료를 왜곡하고, 결국 문제 해결 가능성을 틀어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북 정책이 강압이든 관여든 지난 30년 동안 모두 실패했다는 명제는 상당히 확산돼 있지만, 과도한 단순화에 해당한다. 북핵 문제에서 실패 사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적인 시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시기는 언제였을까?
1992년 1월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한 시점을 전후로 해서 긍정적인 상황이 있었다. 북한은 비핵화를 약속했고, 남과 북은 비핵화 약속을 검증하는 절차를 논의했다. 1994년 10월 북미 기본합의문 채택과 이후 8년 동안은 북핵 문제 대응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시기였다. 북한은 국제 감시를 받으면서 핵 관련 시설을 동결하는 질서를 수용했다.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핵 문제가 복잡해졌지만, 1999년 9월 페리 프로세스 채택과 2000년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통해 관리 가능한 상태로 유지됐다. 2005년 9월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시점, 그리고 2007년과 2008년은 9.19 성명의 후속 조치가 진행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나마 존재했던 시기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1989년을 기점으로 본다면, 북핵 문제가 상대적으로 희망적으로 관리된 시기는 10년 이상 지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공적인 정책과 실패한 정책을 모두 실패했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앞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유효한 정책을 폐기하고, 오히려 실패한 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기회는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과거 대북 정책에서 성공적인 시기가 있었는데도 기존의 대북 정책은 다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고, 역사의 교훈을 잘못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북핵 문제가 국내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우리가 청산해야 할 과거 악습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모든 사안에서 적폐 청산이 시대적 과제가 됐지만, 대북 정책에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면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한반도 안보 정세가 격변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적폐 청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