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뉴스통신사 AP가 갓 출범한 시빌이란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유통을 재점검하겠단 것이 이번 제휴의 핵심 포인트다. 그 대가로 AP는 시빌에 기사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빌은 지난 해 7월 출범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 뉴스 플랫폼이다. 팩트체크, 기사 평가부터 보상까지 전 과정이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이뤄진다. 이런 차별성 덕분에 지난해 10월엔 5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 들어선 미국 공영라디오 NPR 최고경영자(CEO) 출신 거물급 언론인 비비인 쉴러를 영입해 화제가 됐다.
이번 제휴에서 핵심은 시빌이 개발 중인 블록체인 기반 라이선싱 시스템이다. AP는 이 기술을 활용하는 대가로 기사를 제공하는 셈이다. 각자 경쟁 포인트인 블록체인 라이선싱 시스템과 기사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디지데이, 포인터 같은 미국 미디어 전문매체들은 이번 제휴를 굉장히 의미 있게 다뤘다. 이들은 또 AP가 블록체인 기술에 눈 돌린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했다. AP 입장에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콘텐츠 무단 도용 방지다. 물론 제휴 언론사들의 콘텐츠 활용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의 콘텐츠 무단 도용 문제는 쉽게 확인하기 힘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그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AP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자신들의 콘텐츠가 조작뉴스(fake news)에 악용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AP 기사를 적당하게 갈무리한 뒤 그럴듯한 허위 기사를 만들어내는 행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이런 행위 때문에 신뢰도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게 AP의 생각이다. 블록체인의 분산 신뢰시스템이 이 부분도 보완해줄 것이란 기대로 이번 제휴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뉴스 시장의 유통 문법이 많이 달라졌다. 언론사 단위 묶음 상품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다. 대신 기사 낱개 소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지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개별 뉴스를 무단 활용하는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AP가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시빌에 손을 내민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동안 암호화폐 논란이 있을 때마다 블록체인도 함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조금 다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 응용된 사례 중 하나일 따름이다. 블록체인은 이미 식품, 보석 등 많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신선도나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데 블록체인의 분산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번 제휴는 저널리즘 유통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과연 블록체인은 172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언론사의 고민을 해결해줄까? AP와 시빌의 이번 제휴가 유난히 관심을 끄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