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은 '철인 7종 경기'

[스페셜리스트 | 외교·통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북한학 박사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2018년 내내 한반도 정세 격변이 진행되면서 대북 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정책을 공정하게 점검하려면 신뢰성 높은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필자가 지난 20년 가까이 대북 정책 성공과 실패를 관찰한 결과 중요한 체크리스트는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대북 정책은 서로 다른 7가지 종목에서 골고루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가 승리하는 철인 7종 경기라고 할 수 있다.


1번 종목은 남북 관계 관리다.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북한을 압박과 제재 대상으로 보고 강경 일변도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 정세는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 관계 관리 점수는 90점이다. 2번은 한미 공조다. 과거 김대중 정부 말기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긴밀한 공조에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 압박에 집중했고, 북핵 문제는 파탄으로 이어졌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것은 찬양할 만하다. 다만 전통적인 미국 엘리트 다수가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것은 불안 요소다. 한미 공조에 85점을 줄 수 있다.


3번은 중국과의 소통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최근 한중 간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 중국을 외면하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중 소통 점수는 70점이다. 4번은 일본 관리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등에 집중한다는 명목으로 비핵화 협상을 방해하는 경우가 잦았다. 일본이 훼방꾼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치명적 과제다. 그런데도 일본은 과도하게 무시되고 있다. 70점이 최대 점수다.  5번은 러시아.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외교적으로 막다른 골목을 만났을 때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다. 그렇지만, 러시아를 관리한다는 징후는 드물다. 70점이다.


6번은 국내 정치에서 초당적 협력 체제 구축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야당 세력의 비협조적 태도를 부각하면서 야당을 비난하고, 압도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접근법은 대북 정책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전형적인 자충수다. 60점에 겨우 걸려 있다. 낙제 기준에서 1점만 남기고 있다는 점을 절박하게 인식해야 한다. 7번은 대통령이 주요 참모를 통합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이 주요 정책 결정과 외교 교섭, 정치적 책임까지 모두 부담하고, 참모들은 안절부절 대기만 하는 형국이다. 이런 방식은 대통령 오판 가능성을 키우고, 정책 수정 가능성은 봉쇄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점수는 70점이다.  


한반도 안보 정세 격변을 헤쳐 나가면서 위에 열거한 7가지 종목별 점수를 80점 이상으로 맞추는데 노력한다면, 대북 정책 성공 가능성이 커지고, 실패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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