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붕괴됐다. 너무도 자주, 속이려 든다.”
미디어 비평가의 주장이 아니다. 한 신생 언론사 출범 선언문에 담긴 말이다. 이 선언문엔 “독자들은 정보 홍수 속에서 허덕인다. 가치 있는 뉴스 찾기가 갈수록 힘들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독자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장담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똑똑한 간결함(smart brevity)’을 내세웠다.
이런 당돌한 선언을 한 곳은 지난 해 1월 출범한 미국 뉴스 사이트 악시오스(Axios)다. 악시오스란 그리스어로 ‘가치 있는 것’이란 뜻이다. 폴리티코 창업자인 짐 반더하이가 만든 악시오스는 심심찮게 특종을 쏟아내면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덕분에 1년 만에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악시오스를 중요한 발언 창구로 간주하는 유력 정치인들도 늘고 있다. 밥 우드워드의 신작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 논란 땐 백악관 고위 관료가 해명 창구로 악시오스를 선택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악시오스를 인용한 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악시오스 성공의 1차 요인은 콘텐츠다. 창간 초기부터 연이어 선보인 굵직한 특종들은 악시오스의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잘 읽어낸 ‘똑똑한 간결함’도 특종 못지않게 중요한 성공 무기였다.
악시오스 기사는 정갈하다. 모든 기사들은 ‘왜 중요할까(why it matters)’ 같은 핵심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읽기 쉽고, 기억하기 쉽도록 구성돼 있다.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글쓰기다. 군더더기는 빼고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해당 분야를 간략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모범생들의 필기 노트. 그게 악시오스가 내세우는 ‘똑똑한 간결함’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다.
악시오스의 간결함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때론 잘 정리해놓은 역사노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굵직한 팩트는 잘 정리했지만, 행간의 의미는 놓칠 우려가 있는 서술 방식이다.
그 빈틈을 메워주는 게 똑똑함이다. 이를 위해 악시오스는 ‘보편적 지식인’이란 전통적인 저널리스트의 이미지를 뒤집는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영입한 뒤 저널리스트로 훈련시키기도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악시오스의 핵심 경쟁 포인트다.
우리가 익숙한 저널리즘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확립된 결과물이다. 그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새로운 매체 환경에 걸맞은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전통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두 가지 과제를 잘 조화시킨 게 신생매체 악시오스의 성공 비결이다.
악시오스의 성공적인 질주는 모바일 저널리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해줘야 독자들이 열광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되새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