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북한 보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4월 하순, 난데없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생사 여부가 한국에서 가장 큰 뉴스가 됐다. 시작은 총선을 앞두고 SNS로 퍼진 몇 년 전 지라시였다. 그런데 실제로 4월15일 태양절 김 위원장이 매년 참석하던 주요 행사에 등장하지 않자 북한 전문매체가 시술설을 제기했고 여기에 CNN까지 가세하자 건강이상설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정보 사안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알려도 소용이 없었다. CNN과 NBC는 유명 외신이니 인용 보도하면 그만이었고, 건강이 우려되는 과체중의 김 위원장 기사는 인터넷에서 클릭 수 높이기에 좋았다. 이른바 ‘장사가 됐다’는 거다. “사망을 99% 확신한다” “혼자 걷지 못하는 상태로 보인다”는 증언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마치 평양의 고위급으로부터 방금 전화를 받은 것처럼 말하는 탈북민들의 이름 뒤엔 ‘국회의원 당선인’이라는 그럴듯한 명패가 생겨 인용하기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걷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보도참사가 중단됐지만 이미 불필요한 안보 불안이 2주 가까이 지속됐다. CNN이 신변이상설을 보도했던 날 주가는 장중 한때 3% 가까이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이 9.2원 올랐다. 북한 리스크는 이렇게 우리 경제에 바로 충격을 줄 수 있는 ‘현존하는’ 위협인 것이다. ‘카더라’ 식으로 불안을 양산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음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평화 지향적 대북정책을 비판하거나 북한의 비정상적인 면을 부각해 남남갈등을 유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보도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려되는 건 북한과 관련해 이 같은 보도 행태가 하루 이틀이 아니며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오보를 생산했을 때 바로 보도 대상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론을 요구할 수 있는 일반 기사들과 달리 북한 관련 보도에는 보도 대상이 ‘사실상’ 없다.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이 나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오보를 지적할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환경에 폐쇄적인 북한을 취재하기 힘들다는 특수성까지 결합하면서 ‘카더라’ ‘아니면 말고’ 식의 북한 관련 보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확인되지 않을 대북 소식통을 인용하는 관행, 저명한 외신보도를 검증 없이 인용하는 정보 사대주의를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 이번 인포데믹 사태를 분석한 북한 연구자들은 언론계가 북한 관련 보도준칙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객관성 △남북 간 상호 존중하는 자세 △평화 지향적 관점 등을 보도의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언론인 스스로 이를 지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 취재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자들과 전문가들 간의 정보 교류를 확대해 정확한 보도와 팩트체크가 가능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예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북한 관련 허위 정보를 제소하고 시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당사자 부재로 인한 오보 남발을 막자는 취지다.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언론인 스스로 바로 실천 가능한 방법들도 있다. 속보경쟁과 클릭 수에 쫓겨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작문하듯 쓰는 관행은 바로 버려야 한다. 그리고 ‘크로스 체크’ ‘더블 체크’라는 기본을 지키자. 주로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대북소식통의 전언을 다른 소식통, 정부, 정보기관, 전문가를 통해 재차 확인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정말 취재가 안 되면 ‘확인이 안 된다’고 솔직히 보도할 용기를 갖자. 북한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북한을 둘러싼 근거 없는 ‘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국민도 이제 알 만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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