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기자협회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18위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진중권 밑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었다. 진 교수는 상위 50위 중 봉준호 감독과 유이하게 정부나 정당 소속이 아닌 인물이다. 그야말로 ‘진중권 (인용) 저널리즘’ 전성시대다.
언론은 올 초부터 ‘진중권 신드롬’에 대해 분석을 해왔다. ‘정부를 비판하는 거의 유일한 진보지식인’ ‘진영논리에서 자유롭다’ ‘진보의 탄광 속 카나리아’ ‘조선일보를 능가하는 강력한 B급 언론’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진 교수는 “통합당은 뇌가 없다”고 독설을 퍼붓는가 하면, “문재인 정권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라며 팬덤화된 정치세력에 경고를 날리는 비판에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반면 언론은 왜 진중권의 페북 글을 일일이 기사화하냐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진중권 저널리즘’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발화자, 언론, 독자 세 축을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진 교수는 본인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니 글 쓰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언론 입장에서는 한 번 썼다하면 수만번의 클릭이 보장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독자 입장에서는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나 상당수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니 긍정적 가치가 있다.
그런데 저널리즘적 가치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진 교수의 1인 저널리스트화를 비판할 순 없다. 저널리즘이 언론사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독점된 것도 아니며 20년 전에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선언이 나왔다. 유튜브에 ‘000TV’가 넘쳐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영향력 있는 언론인 2위에 오른 것과 진중권 저널리즘은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언론이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고색창연하게 보일지라도 저널리즘은 지향해야 할 원칙이 있다. 정파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며 권력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공론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장 저널리즘도 가치가 있지만 그렇다고 사실 확인을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무엇보다 시민에 대한 충성은 저널리즘의 최우선적 가치다. ‘진중권 인용 저널리즘’은 이런 저널리즘 가치에 일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언론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단 점이다. 언론은 진중권 인용 기사에 새로운 시각을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은 터키, 멕시코, 필리핀에 이어 40개국 중 4번째로 편향적인 뉴스를 선호한다. 언론인 김어준은 최근 시사저널 조사 ‘영향력 있는 언론인’ 2위에 랭크됐고 지목률은 지난해 6.4%에서 올해 21.2%로 급등했다. 조국사태 이후 손석희 추락과 맞물린 결과다. 이른바 ‘김어준 저널리즘’의 전성시대다. 둘은 이란성 쌍생아다. 김어준 저널리즘은 언론불신 시대의 증표며 진중권 저널리즘은 언론실종 시대의 자화상이다. 독자가 항상 옳지는 않지만 저널리즘이 그들과 따로 존재할 수는 없다. 성찰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