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계획 발표를 앞두고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꾸렸다. 백신 위험성을 허위로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가 나온다면 심의를 거쳐 신속하게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를 향해 일각에서는 언론 탄압의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이 논의는 조금 미뤄두자. 백신 접종이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코로나19를 종식할 가장 가능성 높은 대안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위험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상 언론이 무분별한 보도로 백신 공포증을 부추겨 접종률을 떨어뜨리는 일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백신 가짜뉴스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 계기도 사실상 언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전조 증상이라고 할 만한 일들이 벌써 두 차례나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둘러싼 일련의 보도들이 대표적이다. 당시 독감 백신 일부가 상온에 노출된 채 유통된 사건과 한 고등학생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겹쳐 발생하자 ‘백신 쇼크’라는 제목의 뉴스들을 쏟아냈다. 하필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과 백신에 민감해진 대중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이달 노르웨이에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퍼지는 과정은 한층 과격했다. 별다른 검증 없이 외신을 그대로 받아 쓴 뉴스가 ‘백신 쇼크’, ‘사망자 속출’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장식돼 온라인 상을 떠돌았다. 두 번 모두 보건당국이 백신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껏 부풀려진 공포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이 보도들은 정작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 즉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 그렇지 않아야 하느냐에 대한 해답은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무능하기도 했다. 물론 대중의 관심이 높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았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감염병 관련 기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다 전문적인 취재와 신중한 보도가 요구됐다. 지난해 4월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 등 3개 단체가 공동으로 ‘감염병 보도 준칙’을 마련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준칙은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표현으로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감염병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래서야 지키지 못할 약속만 남발한 모습이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접종을 시작할 코로나19 백신은 이 같은 공포 뉴스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 출시까지 평균 10년은 족히 걸린다는 백신이 불과 1년 만에 등장한 셈이니 누구라도 내 몸을 맡기기에 불안해할 수도 있다. 임상 1상·2상·3상 시험을 거쳤다지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철저히 검증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이 싹튼다면 접종률은 주춤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경우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19가 종식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질 것이다.
백신의 위험성을 감추자는 말로 오해해선 안 된다. 과학이 간과한 부작용은 없는지, 접종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실수는 없었는지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다만 그 방식은 철저히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학적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 현재의 감염병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공포와 갈등만 조장한다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씻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