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영입, 매체 인수, IPO 추진… 삼프로TV 다음 행보는

[이슈 추적] 언론계가 바라본 삼프로TV 영역 확대 움직임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경제의 신과 함께’의 라이브 방송과 영상 콘텐츠에 기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회성으로 참여하는 전문가 패널이 아니라, 삼프로TV 소속으로 나온 기자들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안승찬(전 이데일리) 기자와 김상훈(전 서울경제) 기자가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 자회사 ‘언더스탠딩’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엔 MTN에서 일했던 권순우 기자도 합류했다. 지난 9일 권 기자는 취재팀장이라는 직함으로 삼프로TV ‘오늘 아침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머니투데이방송에 15년 정도 다녔는데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독자 196만명(24일 기준)을 확보하고 있는 삼프로TV는 국내 대표 경제 유튜브 채널로 성장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삼프로TV의 영향력은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대선 특집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대선 후보 5명을 인터뷰한 영상 콘텐츠가 누적 조회수 1000만회를 넘기며 ‘삼프로TV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증권사 임원 출신 김프로(김동환), 경제 전문 기자 출신 이프로(이진우), 재미있는 입담의 방송인 정프로(정영진)가 경제 전문가를 초대해 어려운 주식·경제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진행하고 대선 후보 인터뷰를 경제 정책 분야로만 1시간 넘게 다루는 방식 등은 기존 언론사가 보여주지 못한 시도였다.


그런 삼프로TV에서 ‘왜 기자들을 영입했는지’, ‘또 이들 기자는 왜 삼프로TV로 갔는지’에 대한 기자 사회의 관심은 높아진 상태다. 주류 매체 기자들이 유튜브 기반 미디어 기업으로 이직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언론계에선 삼프로TV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MTN 기자는 “그동안 MTN 기자들이 보도전문채널이나 종편 등으로 이직을 했는데 처음으로 제도권 매체가 아닌 유튜브 채널로 간 사례라 놀랐다”며 “권 기자는 금융 산업 쪽에 정통하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 ‘발칙한 경제’를 운영하며 팬층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삼프로TV는 방송 코너 중 일반 경제 이슈를 다루는 ‘백브리핑’의 클립 영상을 모은 ‘언더스탠딩: 뉴스는 이해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지난해 이데일리에서 삼프로TV로 자리를 옮긴 안승찬 기자는 '이프로' 이진우 삼프로TV 대표와 함께 백브리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언더스탠딩 영상 캡처


지난 2018년 1월 팟캐스트 ‘김동환 이진우 정영진의 경제의 신과 함께’로 출범한 삼프로TV는 이듬해 1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직후 주식 열풍에 힘입어 유튜브 시장을 선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평일 매일 오전 6시30분 ‘월스트리트 모닝브리핑’을 시작으로 오후 9시 ‘글로벌라이브’에 이르기까지 하루 7개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데 신문사·방송사 등 많은 언론사와 증권사까지 나서서 비슷한 구성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주식 투자·시황 분석 콘텐츠로 시작한 삼프로TV는 지식 콘텐츠 채널로 거듭난 지 오래다. 실제로 삼프로TV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기자 영입도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라이브 방송 코너 중 일반 경제 이슈를 다루는 ‘백브리핑’의 클립 영상을 모아둔 ‘언더스탠딩: 뉴스는 이해다’ 채널이 개설됐고, 이어 국제·역사 등 지식교양 영역의 ‘일프로TV’가 나왔다.


인수를 통한 콘텐츠 영역 확장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달 25일 이브로드캐스팅이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을 인수했다. 증시 위주의 콘텐츠에서 아웃스탠딩이 전문으로 하는 IT·스타트업 등 비상장 기업의 콘텐츠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삼프로TV 라이브 방송에 정지혜 아웃스탠딩 기자가 출연하는 등 두 미디어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용식 아웃스탠딩 대표는 “실적 측면에서나 인지도에서 삼프로TV가 지금 가장 핫한 뉴미디어 기업이고, 아웃스탠딩도 기성 언론이라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시너지가 있다고 봐 먼저 인수 제안을 했다”며 “삼프로TV는 미디어 기업에서 테크핀(IT 업체가 주도하는 기술에 금융을 접목한 개념) 기업으로 바뀌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아웃스탠딩도 거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프로TV가 기자 영입, IT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 인수 등에 나서며 콘텐츠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삼프로TV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7월엔 경제·금융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구독자 218만명, 24일 기준)의 슈카(전석재씨)가 이브로드캐스팅 공동 대표로 합류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한 광고, 협찬에서 더 나아가 삼프로TV 앱을 통한 유료 강의 콘텐츠, 책 출판 등을 중점으로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도 시도 중이다.


현재 삼프로TV 소속 기자들은 방송의 핵심 내용을 텍스트로 전달하는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삼프로TV 하이라이트’, 라이브방송 코너 ‘백브리핑’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콘텐츠 영역 확대 움직임에서 기자의 역량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주코노미TV’와 ‘글로벌마켓’을 담당한 허란 기자는 “플랫폼 생리상 유튜브, SNS, 네이버 간 선순환 유통이 돼야 콘텐츠가 더 활발하게 소비된다. 현실적으로 그 과정에서 긴 영상 속 이른바 ‘야마’를 뽑아 전달할 수 있는 기자 업무가 필요해진 걸로 보인다”며 “안승찬 기자라는 중견급 언론인에 이어 후배 기자들이 줄지어 간 상황인데 미디어로서의 신뢰성을 점점 확보해가려는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삼프로TV가 상장을 위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 영입, 콘텐츠 확대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앙언론사 디지털방송담당 관계자는 “기존에 레거시에서 출발해 유튜브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있듯 유튜브에서 레거시로 통합하려는 것”이라며 “최근 삼프로TV가 3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1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코스닥 시장에서 YTN이 시가총액 1447억, 한국경제TV 1392억인데 과연 삼프로TV가 이 곳과는 다른 밸류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경제 유튜브 채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주식 시장 열풍이 어느 정도 꺼지고, ‘동학개미’들의 이탈 현상을 보이면서 영상 조회수가 줄었다”며 “삼프로TV는 유튜브 광고만 있는 게 아니라 출판, 유료 콘텐츠 등 다양하게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걸로 보여진다”고 했다.


삼프로TV로 옮긴 기자들 모두 전 직장에서 ‘에이스’로 인정받았던 만큼 기자 개인의 브랜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진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부소장(전 한국경제 기자)은 “개별 기자들 모두 지명도가 있고 영향력 있는 기자들”이라며 “각각의 기자들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IP(지적재산)화돼 그 분야에 있어서 일정 포션을 확보하고, 출판, 강연 등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 커뮤니티 기반으로도 확장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고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본인들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삼프로TV라는 뉴미디어 기업을 선택했다는 것도 많은 함의를 남긴다. 최 부소장은 “SBS라는 레거시가 스브스뉴스 등을 만들었지만 기자 개개인으로 봤을 땐 주목도가 그렇게 확장되지는 않았다”며 “전문성을 제고하는 삼프로TV의 방향성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유튜브, 뉴스레터 등 최근 2~3년 사이 성장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시장의 확장판으로 해석하도록 자극하고, 자신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출구로 받아들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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