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전 노조위원장, 조합비 4억 횡령

2018년 8월~2020년 3월까지 41차례 걸쳐
현 노조 집행부, 고소 등 민·형사소송 준비

YTN 전임 노조위원장이 4억원대의 조합비를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 노조 집행부는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작업에 착수했다.

신호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은 2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전임 13대 집행부의 지부장을 맡았던 A씨가 자신의 임기 동안 거액의 조합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7월20일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임 노조위원장 A씨가 조합비를 횡령한 기간은 노조위원장으로 재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YTN지부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8월 노조위원장에 취임하며 전임 12대 집행부로부터 3개의 통장을 인계받고 별도의 통장 1개를 새로 만든 뒤 이 중 사무국장이 관리하는 입출금통장 1개를 제외한 나머지 통장 3개를 직접 관리하면서 41차례에 걸쳐 총 4억 400만원을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YTN지부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건 지난 20일. A씨가 은행에서 받은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노조에 직접 제출하고 나서다. 다음 달 말 임기가 끝나는 현 집행부는 마지막 사업으로 조합원들을 위한 전용 융자사업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씨가 “묶어두는” 용도로 보관해온 통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A씨에게 융자사업 통장을 새로 개설하기 위해 보관하던 통장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A씨는 여러 차례 회사와 가정 문제 등을 이유로 미뤄왔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 11일과 15일엔 금융기관 방문 약속을 어기고 이후 휴가를 낸 채 현 집행부와 연락을 중단했다. 그리고 20일 오전 현 집행부에 자신이 보관하던 통장 3개의 거래내역을 담은 은행 서류를 제출했다. 통장에 찍힌 잔액은 ‘0원’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어떻게 2년이 넘도록 몰랐을까. 신 지부장에 따르면 2020년 8월 출범한 현 집행부는 A씨로부터 사무국장이 보관하던 입출금통장을 포함한 통장 4개의 잔액을 인수인계 서류로 넘겨받았다. 이 중 노조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무국장 보관 통장은 인수인계 서류에 담긴 금액과 실제 통장 잔액이 일치했다. 그러나 A씨가 보관하던 통장 3개는 실제 잔액이 0원인 상태에서 서류상의 숫자로만 인계된 것이다.

신 지부장은 “당연히 그때 인수인계 서류와 모든 통장의 잔고를 맞춰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현 집행부는 전임 지부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인수인계 자료를 의심하지 못했고 입출금통장 외에 나머지 통장 3개는 쓰지 않고 묶어두는 통장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서류상의 금액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 지부장은 “소중한 조합비가 전임 지부장의 임기 동안 철저하게 관리되지 못했던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점에 대해서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 회계 관리에 무능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피해를 복원하는 것이 그나마 조합의 남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 집행부의 거취는 다음주 조합원 총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 집행부는 2020년 8월 31일부터 지금까지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는 입출금통장 1개만을 사용해왔고 여기에서 사용한 내역은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현 집행부의 재정 전반에 대해서도 외부 기관의 투명한 감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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