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문자메시지는 어떻게 카메라에 포착됐을까.
원대연 동아일보 사진기자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대정부질문 ‘풀’(취재내용 공유) 취재를 하고 있었다. 풀 시간도 거의 끝나가는 4시20분쯤 취잿거리가 없을까 하고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석을 바라보았다.
권 대행은 의원석에 앉아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권 대행이 의원석 밑 서랍에 휴대전화를 올려두고 문자를 치는 모습이 카메라 렌즈에 들어왔다. 한 2~3초나 됐을까. 길어야 5초였다. 후다닥 셔터를 눌렀다.
400mm 망원렌즈 셔터를 누를 때만 해도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카메라를 열어 사진을 확대해서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 대행의 휴대전화에는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발신자가 보낸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내용을 봤어요. 깜짝 놀랐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문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조금 떨렸어요. 솔직히 사진 공개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죠.” 원 기자는 27일 밤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민이 길진 않았다.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기자인데, 두려울 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부 데스크에게 보고하고 풀단에 사진을 등록했다. 이 사진은 오후 5시50분쯤 ‘국회사진기자단’, ‘공동취재사진’ 바이라인으로 퍼져나갔다.
권 대행을 주목한 것도,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포착한 것도 우연의 연속이었다. 동아일보 온라인에 ‘원대연의 잡학사진'을 연재하는 원 기자는 국회 본회의장의 다양한 모습을 모아서 디지털 콘텐츠로 올려볼까 싶었다. 마침 전날 국회 본회의 중 메신저 피싱 문자에 답하는 한 국회의원의 스마트폰 화면을 찍은 터라 이런 사진을 모아놓으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권 대행을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는 사진기자들에게 중요한 취잿거리다. 원 기자는 “본회의는 똑같은 장면만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에서 취잿거리를 찾곤 한다”며 “특히 당대표, 원내대표, 원내수석 등 당 지도부의 휴대전화에 공적으로 주목받을 정보들이 많아 사진기자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2000년 동아일보 경력기자로 입사한 원 기자는 24년째 사진기자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으로 제55회 한국보도사진전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