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약화하는 지금, 부산일보 콘텐츠 가치 높일 고민 시작할 때"

[지역언론 디지털리포트 / 부산일보] 탈 포털·구독모델 로드맵
회원가입 유도 후 CMS로 독자분석
방문 습관·선호 콘텐츠 데이터 쌓아
닷컴 이용자 절반, 수도권서 접속

일선기자 97명 단톡방 '핫라인'서
온라인 기사 내용·출고 시점 공유

[편집자 주] ‘디지털’을 빼고 ‘언론’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이제 디지털은 혁신 이전에 언론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저마다 전략을 세우고 고군분투하는 지금, 지역언론은 어떨까요? 기자협회보는 디지털 항해에 나선 지역언론을 직접 찾아가는 ‘지역언론 디지털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이들이 세운 디지털 전략과 그동안 경험한 크고 작은 성과, 고민 등을 나눕니다.

부산 동구 부산일보 사옥에 들어서면 벽면에 나란히 붙은 기념패 3개가 눈에 띈다. 하나는 2020년 8월 네이버 뉴스판의 부산일보 구독자 100만명을 기념해 네이버가 전달했고, 다른 하나는 200만명을 돌파한 지난 4월 부산일보가 자체 제작한 것이다. 맨 오른쪽 ‘300만 이용자의 선택’이라고 적힌 기념패엔 날짜가 없다. 300만명 달성을 바라보며 미리 만들어둬서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네이버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나라(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서 구독자 수백만명을 확보한 건 분명 자랑할 만하다. 구독자는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부산일보뿐 아니라 포털에 입점한 모든 언론사가 구독자 덕분에 영향력을 키우고 수입까지 얻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네이버 뉴스판에선 이런 의문이 따라 다닌다. ‘진짜 우리 독자가 맞나?’ 지난달 20일 부산에서 만난 김승일 부산일보 디지털국장은 “네이버 구독자는 소중한 분들이지만 포털 환경에선 뜨내기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 플랫폼에서 진성 독자들을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일보의 디지털은 콘테이너 역할을 하는 ‘디지털국’과 여기 담기는 콘텐츠를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부’, 이렇게 두 축이 맡고 있다. 사진은 디지털미디어부 구성원들. /김종진 부산일보 기자


◇미래 전략은 탈 포털과 구독모델
부산일보의 디지털 전략은 ‘네이버 이용자는 진정한 우리 독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언론계에선 충성 독자를 만들려면 포털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큰 상황이다. 부산일보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김승일 국장이 세운 ‘탈 포털’ 로드맵은 이렇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콘텐츠 브랜드화-구독모델 전략-1000만 독자 시대’. 부산일보는 그 길을 향하는 중이다.


디지털 전략은 신문사의 생존과 직결된다. 지역신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일보도 지면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2022년 7월 현재 부산일보 종이신문 구독자 중 50대 이상 비중이 82%다. 40대는 11%, 10~30대는 3.3%에 불과하다. 2013년엔 40~60대가 75.3%였다. 지난 10년간 기존 독자층이 그대로 유지되며 연령대 전체가 높아진 것이다.


김승일 국장은 “더 이상 지면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략이 회사 전체의 미래를 담보한다는 얘기다. 부산일보 디지털은 크게 디지털국과 편집국 디지털미디어부, 이렇게 두 조직이 담당한다. 김 국장은 “디지털국은 콘테이너, 디지털미디어부는 콘텐츠를 만드는 부서”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끄는 디지털국은 디지털전략부와 콘텐츠사업부로 나뉜다. 여기서 개발자와 웹 기획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디지털 사업·광고 인력 등 16명이 근무한다.


디지털국은 자체 디지털 플랫폼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에 200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지만, 개개인이 누군진 파악하기 어렵다. 디지털국은 부산닷컴의 신규 회원가입을 유도하면서 이용자의 방문 습관과 선호 콘텐츠 정보 등을 분석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쌓아갈 계획이다.


내부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에 독자 분석 툴을 구축하는 한편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개편도 앞두고 있다.


김승일 국장은 “부산닷컴 이용자 절반은 수도권에서, 25%가량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접속한다. 자체 사이트와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유료 구독모델을 도입할 것”이라며 “회원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우리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하고, 충성도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일보는 유료 구독모델을 향한 첫걸음을 이제 막 뗐다. 얼마 전 가오픈한 뉴스레터 ‘브레드’(B-read: 부산을 읽다)를 탈 포털과 충성 독자 확보의 발판으로 삼았다. 현재 구독자 4000여명이 자발적으로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개인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사람마다 다른 내용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오는 9월 본격 서비스를 앞두고 오픈율부터 구독자들이 선호하는 포맷, 많이 읽히는 기사 등을 분석하고 있다.


◇지역언론 정체성 지키는 디지털 콘텐츠
뉴스레터 브레드는 디지털국과 디지털미디어부가 협업해 내놓는 결과물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배치되는 기사 외에도 ‘사람’이 가치를 부여하는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콘테이너 속 콘텐츠를 만드는 디지털미디어부는 디지털국과 달리 편집국 산하에 있는 부서다. 그 아래 2030팀, 뉴콘텐츠팀, 24시팀, 콘텐츠관리팀 등 4개팀이 있다. 구성원은 부장과 취재기자 7명, PD 4명, 에디터, 온라인 전담 기자 7명 등 모두 21명이다.


24시팀 기자들은 취재부서가 다루지 못하는 속보와 온라인 전용 기사를 작성한다. 온라인팀을 별도로 운영하는 언론사에선 기사를 두고 온·오프라인 부서 간 혼선이 빚어지곤 하는데, 여기선 그런 문제가 덜하다. 24시팀을 포함해 기사를 쓰는 일선기자 총 97명이 ‘핫라인’이라고 불리는 단체대화방에서 온라인 기사 내용과 출고 시점을 공유한다. 예컨대 24시팀 기자가 ‘특정 사안을 속보로 낸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관련 부서 취재기자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종합기사를 작성하겠다’고 밝히는 식이다.


이재희 디지털미디어부장은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리 잡은 방식이다. 아무래도 취재기자들은 지면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서 24시팀이 온라인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서로 좋은 기사를 쓰려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2030팀의 ‘산복빨래방’ 기획은 언론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팀은 회사가 지원한 2000만원으로 부산 산복도로(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의 한 마을에 빨래방을 차리고, 세탁비 대신 받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영상과 글에 녹여내고 있다.


영상·인터랙티브를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뉴콘텐츠팀도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주목받는다. 지난해 코로나19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과 일제강점기 부산에 만들어진 포진지와 방공호 등의 현재를 짚은 ‘부산굴기(記)’ 시리즈 역시 호평받았다. 지난 3월부터는 부산 해녀의 삶을 기록하는 ‘숨비소리’(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소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30팀과 뉴콘텐츠팀 콘텐츠는 지역언론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신문 기사와는 전혀 다른 문법이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지역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자부심은 다르지 않다. 디지털 역량이 쌓이는 만큼 콘텐츠 품질은 날로 높아졌고, 많은 박수도 받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현실적인 고민을 피할 순 없었다. 수개월 공들인 작품보다 가볍게 만든 영상 하나가 더 인기를 끄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누구나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는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길을 걷기로 했다. ‘이 방향이 맞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이재희 부장은 “물론 조회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순 없다. 다만 조회수는 지역성과 저널리즘을 강조하면 떨어지고 흥미를 부각하면 오르는데, ‘언론사가 저런 것까지 해서 조회수 높인다’고 비난받아선 안 되지 않느냐”며 “우리가 세운 방향성은 분명히 맞다. 종이신문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약화하는 지금이 우리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