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저 동네 주민 수백명 만나… 신문 가득 채운 '목소리'

[인터뷰] '우리동네 해결사' 기획... 김재경 경남신문 기자

김재경 경남신문 기자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창원 전역 ‘동네’들을 얼쩡거렸다. 행정구역상으론 ‘면’이나 ‘동’이고, 흔히 ‘우리 동네’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마을’, ‘작은 학교’, ‘주택가’, ‘지하상가’, ‘갯벌’ 등이 취재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지역 기자의 이런 취재를 당연하게 볼 수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수도권 매체보다 열악한 인력 여건상 업무 효율성을 더 따질 수밖에 없고, 결국 관공서, 기관, 지방자치단체 같은 출입처 집중으로 귀결되기 쉬워서다. 기획 <김재경의 우리동네 해결사>는 이런 면에서 명확히 ‘비효율’의 시도다. 지난 1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동네 기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껴왔다. 주민들 얘기를 들으며 사소한 일상을 담아보려 했는데 그러기 쉽지 않았다. 막상 만나 ‘제가 기자인데 이 동네 문제점을 좀 여쭤본다’고 했을 때 주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동네별 대표 문제가 있었고, 그걸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약 1년 간 ‘우리동네 해결사’ 기획을 진행한 김재경 경남신문 기자 모습.(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지난해 12월 기획 10편을 마무리하며 낸 지면 캡처. 지난해 5월 보도된 3편 기획의 영상에 담긴 김 기자의 취재 모습. /경남신문 제공


지난해 2월 뉴미디어출판국으로 발령이 나며 마음을 먹게 됐다. 경남에서 나고 자라 2015년부터 경남신문 기자로 지내온 그는 줄곧 사회부에서 일했지만 새 부서에서 회사 SNS 계정관리, 지역맛집 소개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됐고 ‘한 달에 한 편쯤은 내 기사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네 리스트를 만들고 가보고 듣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지는 사전취재로 구성을 해나갔다. 편집국에선 ‘아예 기명 코너로 하자’, ‘해결사 표현이 좀 걸리는데 다리를 놓고 단초를 찾는 것도 우리 일이지 않나’란 반응이 나오며 본격 착수한다.


그렇게 11개월 간 수백 명 주민을 만났다. 한 동네를 한 달 취재하고 보도하는 방식을 9번 반복하고 마지막회에서 해결 상황을 전했다. 창원 북면 감계리 신도시 치안 공백, 합성동 지하상가의 구도심 상권 쇠퇴,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역사 기록에 대한 주민들 인식 갈등, ‘벚꽃 마을’ 여좌동 빈집 처리, 작은 학교 봉강초등학교 소멸 위기, 유흥업소 밀집지 상남동 취객들과 이에 맞선 경찰 이야기, 국가산업단지 인근 수치·죽곡마을 주민 이주, 마산만 봉암갯벌 환경 보존, ‘우영우 팽나무’의 동부마을 관광공해 등 ‘동네’ 이슈가 뉴스로 나갔다. “하루는 동네 분위기를 살피고, 다음엔 상인들 이야기를 듣고, 불량배도 찾아보고...매편 동네를 떠돌아다니며 취재했다. 번화가나 사람 많은 곳에서 ‘어디 기자입니다’ 하면 경계를 하는데 동네 구석구석 찾아가 뵌 어르신들은 반갑게 맞아주고 얘기도 아주 잘 해주셨다. 지역기자로서 절박함이 있었던 거 같다. 수가 줄어 현장을 누빌 기자들이 많이 없어졌고 주민 옆에 다가가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더 해보려 한 거 같다.”


보도된 사안 다수는 신문제작 관행에선 200자 원고지 4~5매 분량으로 끝났을 기사에 가깝다. 사소하거나, 오래됐거나, 이미 다 안다고 여기거나, 작은 동네 문제란 통상 뉴스가치 판단 때문이다. 반면 이번 기획에선 ‘직접 들은 이웃 목소리로 채운다’는 자체가 중요해지며 동네에 대한 자세한 보도가 가능했다. 보도내용 요약이나 기사 제목만으론 부각되지 않지만 실제 기사는 주민들 목소리에서 아이템을 잡았고, 그 목소리를 주되게, 또 조심스럽게 담아 기획을 완성해 가며 접근의 차이가 기사 성격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드러냈다. 협업을 한 이솔희 PD(영상, 사진촬영), 박혜은 편집기자(기획지면 전담)의 노고, 이 인력투입을 결정하고 지면을 1개면씩 내준 회사의 지원도 필수 요소였다.


“동네 이야기나 구체적 사정을 잘 아는 상태여서 이웃 목소리를 잘 담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얻은 거 같다. 기사로 인한 후속조치는 경험해 봤지만 기획을 통해 변화상을 묶어보니 특히 의미가 컸다. 기획제목이 ‘해결사’였던 만큼 해결책 제시가 어려웠다. 전문가, 주민들과 대화에서 답을 찾아보려 했는데 해결이 안 된 문제도 최소한 주민들 인식 변화는 있었다고 느낀다.”


기획은 지역언론이 어때야 하는지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주민 목소리가 실제 변화로 이어진 효용감은 지역매체가 주민에게 줄 최대치 성과다. 그게 비효율이라면 결국 뭘 할 거냐는 기본, 그래서 급진적인 의문과 맞닿는다. 갈등 당사자의 얘길 듣고 주안점, 해결책에 골몰하며 김 기자가 매 기사 하단에 적어둔 ‘기자수첩’은 기자 일의 특별함이 직함이 아니라 일반 시민 ‘대신’ 혹은 ‘먼저’ 고민하는 그 역할에서 비롯됨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통계나 말 한마디를 담은 기사에 그쳤을 수 있는데 학교를 살리려 노력해 온 본강초 학생들을 직접 보고, 환영을 받고, 유튜브 댓글을 달아준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얘길 진솔히 들려준 주민들과 만남도 정말 귀하게 생각된다. 동료들 배려와 도움, 편집국의 지원으로 완주할 수 있었고 가장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직접 찾아가지 않았으면 이야기를 못 들었을 분들, 소외되거나 약자인 이들을 직접 만나며 이런 얘기를 전하는 게 내 일 아닐까 생각한 순간이 소중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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