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한 일이야?”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국가를 대표해 대사직을 맡을 수 있는가? MBC 법조팀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대사 임명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전 대사의 출국 금지와 피의자 입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출처를 검증한 끝에 임명 당시 출국 금지 상태란 사실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MBC 법조팀은 수사 외압 의혹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왜 이렇게 무리한 조치가 반복 됐는지,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 줄곧 추적했습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돌연 취소시키기에 앞서, 이 전 장관이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유선번호로 통화한 기록을 공수처가 확보했다는 사실을 취재했습니다.
취재에 대단한 비법은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끈기 있게 외교와 국방, 경찰, 법조계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소득이 없을 걸 알면서도 이곳저곳을 소위 ‘뻗치기’를 하며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왔고, 당사자의 한마디를 얻기 위해 호주 비행편에 동승하며, 도로를 전력 질주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부당함에 눈감지 못한 여러 취재원들이 용기를 내 조금씩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합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이제 사회적 관심을 얻게 됐습니다. 국회에선 특검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묻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