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선원, 손 떼라"… 국제신문 전 직원 상경 투쟁

"결별만이 답"... 신문 제작 최소인력만 제외
비대위, 기업회생 절차 추진

국제신문 노사가 대주주 능인불교선양원(능인선원·원장 이정섭)에 맞서 총력투쟁을 전개했다. 국제신문 전 사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예고한 대로 27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고 대주주에 조속한 매각 및 경영정상화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정섭 원장 대리인의 경영 개입을 거부하고 국제신문 주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제신문 77년 역사를 지킬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신문 비상대책위원회가 일요일인 27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국제신문 매각 및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총력투쟁을 전개했다. /김고은 기자

능인선원 일요법회에 맞춰 이날 오전부터 시작한 집회엔 국제신문 직원 80여명과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국제신문에선 신문 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새벽부터 버스와 KTX 등으로 상경한 이들은 능인선원을 향해 “제발 빨리 국제신문을 팔고 떠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정길 비대위원(편집국 부국장)은 “수년 전부터 다양한 경영 위험 신호가 감지됐으나 능인선원은 귀를 닫았고, 국제신문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이나 현실성 없는 자구책만 요구하고 있으니 매각을 촉구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능인선원과 국제신문에 남은 길은 하나, 아름다운 이별뿐”이라며 “정상적인 경영을 담보하고 지원할 새로운 대주주에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 떼는 것만이 국제신문 정상화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하송이 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은 “능인선원과 이정섭이 국제신문을 인수한 뒤로 한 번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능인과 이정섭은 계속 잘못된 선택만 해왔다”면서 “가장 최악은 차승민 사장 임명이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비상대책위원회가 일요일인 27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국제신문 매각 및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총력투쟁을 전개했다. /김고은 기자

비대위는 “차승민 전 사장 재임 당시 능인선원과 협의하에 추진한 국제프린테크(윤전기) 사업이 실패하면서 경영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2017년 차 전 사장이 엘시티 비리로 구속되는 사건이 더해지며 신문의 위상과 평판도 동반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후 자신의 비리 사실까지 드러난 이정섭 원장은 2018년 국제신문 회장직에서 사퇴하며 주주로만 남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장 선임과 해임, 구조조정 요구 등 경영 간섭은 계속된 반면 경영정상화를 위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는 게 비대위측 주장이다. 박수현 문화사업국장은 “이정섭 회장이 경영했던 증거가 회사 곳곳에 명명백백하게 남아 있는데 선량한 투자자로 남겠다는 건 명백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노성 논설위원은 “수많은 경영적 판단 미스(오류) 때문에 지역에서 제일 잘 나가던 정론지가 가장 어렵고 사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회사가 됐다.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신문 가족들은 제대로 된 기사를 쓰지 못하고 늘 광고주 눈치를 봐야 했다. 이렇게 무너진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능인선원에 있다”면서 “우리가 싸울 명분은 산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최승희 경제부 기자는 ‘그래도 신문을 만드니까’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호소했다. 최 기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회사를 떠난 동료가 편집국만 어림잡아 스무 명에 달한다. 짐 싸는 동료가 늘어날수록 회사에 대한 원망과 남은 것에 대한 불안으로 어지럽다”면서 “우리를 숫자로만 보고 경영 개선으로 구조조정을 운운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짐 싸라 등 떠미는 악독한 사주에게서 탈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후엔 비대위 입장문을 능인선원 측에 전달했다. 앞줄 왼쪽부터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오상준 국제신문 비대위 공동위원장, 하송이 국제신문 비대위 공동위원장. /김고은 기자

비대위 투쟁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제신문이 지역 정론지로 새롭게 제 기능을 되찾길 바라는 모든 지역민과 국제신문의 오너십을 바로 세우는 일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지역의 중요한 신문이 없어지고 신문 하나만 남는 건 부산 민주주의 공론장 차원에서도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국제신문이 모든 어려움을 떨치고 언론 본연의 역할만 고민할 수 있도록 지역 시민사회도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매각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대주주를 대신해 직접 매각 작업에 나선다. 퇴직금과 상여금 등을 받지 못한 전·현직 직원들을 채권자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문 변호사와 회계사 등을 선임한 비대위는 31일 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향후 국제신문 기업회생 가능성과 절차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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