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이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가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정황을 일부 증언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의 이른바 ‘언론작업’과 관련해서는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공모 관계가 쟁점이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9일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들 측이 증인으로 출석한 남 변호사를 신문했다. 일주일 전 검찰 신문에 이은 반대신문이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가 2011년 대검찰청 수사 때 어떤 혐의가 들통날까 봐 걱정했는지, 왜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했는지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조씨가 자신이 놓인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았고, 이는 박 변호사만 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으로 이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검찰은 당시 대검이 조씨 혐의를 인지하지 못했었고 조씨는 참고인일 뿐 애초 수사 범위에도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박 변호사 선임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조씨는 대장동 사업자들에게 부산저축은행에서 1100여억원 대출을 알선해주고 대가로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에서야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다만 남 변호사는 봐주기 수사 정황의 일부를 증언했다.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취임하자 김만배씨에게 “다른 검사들과는 다 친하신데 윤 총장과는 그렇지 않아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김씨가 “윤 총장은 조우형 수사에 관여했으니 우리를 못 건드린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관련 수사를 봐준 약점이 있는 만큼 대장동 사업을 들추지는 못할 거라는 취지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이 얘기를 여러 번 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또 조씨가 처음에는 대검찰청에서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얼굴이 사색이 됐지만 박 변호사를 선임한 뒤 두 번째 조사를 받을 때는 밝은 얼굴로 금방 나왔다고 증언했다. 남 변호사 자신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윤 대통령이 조씨에게 커피를 타 줬다고 들었다’고 말한 부분만 거짓말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실이라는 것이다.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전문위원의 공모 관계도 쟁점이 됐다. 22일 검찰 측 신문에서 남 변호사는 “2021년 3월, 4월쯤 김만배 회장님이 ‘신학림이라는 평판이 좋고 영향력이 큰 선배가 있는데 언론인 원로를 모아서 언론재단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같은 해 9월15일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이 만나 문제의 녹취록이 만들어지기 수 개월 전부터 두 사람이 소통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김씨가 신 전 전문위원에게 자기 뜻대로 보도해 주면 “그 대가로 대장동 사업으로 얻은 이익 중 100억원을 떼 주고 이 돈으로 재단법인과 언론사를 만들어 이사장이 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이 대화가 첫 대면 이틀 뒤인 9월17일에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김씨 측 변호인은 이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021년 9월14일 신 전 전문위원이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와 처음 연락했고, 통화기록을 조회해 봐도 그 이전에는 연락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공모하고 언론재단 등 미리 대가를 논의했느냐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왜 이전에는 두 사람 사이 연락한 기록이 없는지 질문에 “그건 저에게 물어볼 건 아닌 것 같다”고만 답했다. 검찰은 애초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이 사전에 각본까지 계획한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지만 정작 재판 단계에 들어서는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