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의 아크(Arc) 최고경영진이 10월 말 조선일보를 방문해 기존 CMS에 대한 인공지능(AI) 서비스 추가 적용, 국내 시장 공동사업 등을 제안했다. 2020년 국내 주요 언론 중에선 드물게 해외 매체로부터 CMS를 도입하는 결정을 했던 조선일보가 이에 응할지 관심을 모은다.
조선일보 관계자와 최근 사보 등에 따르면 매튜 모나한 CEO를 비롯한 WP의 아크 최고경영진 6인은 10월21일 조선일보 경영진·실무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아크 경영진의 방문은 1년 6개월만이고, CEO의 방한은 2020년 9월 조선일보의 ‘아크’ 도입 후 처음이었다. 이날 4시간 가량 이어진 회의에서 아크 경영진은 기사 요약, 키워드 추출, 번역 등을 지원하는 신규 AI 기술 ‘아크 인텔리전스’를 소개하고 기술 로드맵을 설명했다.
또 조선일보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천명하며 국내 시장에서 아크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0월25일자 사보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아크 파트너십 매니저는 이날 “아크 고객사 중 조선일보는 대단히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 언론시장에서 조선일보의 높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동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새 생성형 AI가 부상한 여건에서 AI 기능 추가 도입은 타당해 보이지만 조선일보로선 여러 고민을 안은 상황이다. 2019년 말 WP 쪽과 25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아크를 도입한 조선일보는 해외 유수 매체의 CMS를 가져온 행보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사스(Saas) 기반 아마존웹서비스(aws)에 기댄 시스템은 지속적인 비용지출을 필요로 했고, 이번 AI 기능 역시 상당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관련기사: <250만불 인공지능 CMS '아크', 조선일보서 몸 푸는 중>)
이처럼 기술적으로 종속된 체제에서 자체적인 에러 수정, CMS 기능 추가가 어렵다는 난점도 있었다. 일례로 초기부터 아크에서 단락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따옴표 방향이 뒤집히는 결함 등으로 기자들 불만이 이어졌지만 도입 4년을 넘긴 지난 9월 ‘아크 컴포저 2.0’으로 업데이트 되고서야 개선이 됐다. 협력 확대 차 방문의사를 밝힌 아크 경영진에게 ‘결함 해결 없인 방문이 무의미하다’는 최후통첩을 한 이후 시점이었다. 보도자료 입력 시 자동으로 기사 초고를 만들어주는 ‘조선 AI 기사 작성 어시스턴트’를 국내 언론 최초로 실무에 활용하며 화제가 됐지만 이 역시 별도 페이지에 구축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CMS 공동 사업 역시 현재로선 사업성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조선일보의 아크 도입 시점 이후 대다수 주요 매체는 국내 기업과 협업,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을 통해 CMS를 구축한 상태여서다. 도입 당시 WP는 조선일보를 통해 국내 CMS 판매대행을 하는 사업 등을 추진한 바 있지만 막판 말을 바꾼 바 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아크 AI 적용 여부를 묻는 기자협회보 질의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필요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했다. 국내 시장 CMS 공동 사업과 관련해선 “WP의 제안에 대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