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KBS 기자들 495명이 연명 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 노태영 KBS 기자협회장이 “기자들이 자기 이름을 직접 걸고 빠른 시간에 성명을 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박 후보자가 그 무게감을 분명히 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태영 협회장은 1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기자들은 자기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쓰기 때문에 이름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KBS 기자들은 10월24일~29일 33년차인 18기부터 막내 기수인 50기까지 잇달아 기수 연명 성명을 내 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노 협회장은 2월 KBS가 보도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보도국에선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얘기를 들었다”며 “예전 대통령과의 대화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결국 투명성인 것 같다. 누가 앵커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를 사전에 정리해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누가 진행을 하고 책임을 지고 실무를 맡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자가 대담 전 질문을 부서별로 취합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당시 취재부서로부터 질문을 취합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역시 “유난히 이번 대담 프로그램은 제작 전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됐다”며 “대담 프로그램임에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부서가 제작했고, 최초의 기획도 대담이 아니라 미니 다큐 형식이었다. 또 뉴스에 대해 최고 권한을 가진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도 모르게 부서별로 의견을 취합했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박 후보자는 문제의 ‘파우치’ 발언이 나온 대담 프로그램과 관련해 “대담 질문은 KBS 본부 내 각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취재 부서로부터 취합해 이를 바탕으로 진행자인 본인이 제작진과 상의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날 KBS 기자들이 연이어 취재 부서에서 질문을 취합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자 박 후보자는 “상급자로부터 부서 질문지를 전달받았다. 취합한 질문지 형태였다”, “부서별로라기보다 정치·외교·안보·민생 다양한 분야별로 (전달받았다)”는 식으로 계속 말을 바꿨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문이 부서에서 왔는지, 특정인 몇몇이 분야별로 나눴는지 어떻게 확인했느냐”고 추궁한 데 대해선 “따로 물어봐 확인하는 절차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