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비상계엄’ 관련 특별취재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최재현 KBS 뉴스룸국장(보도국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 기자들은 TF 구성을 거듭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보도국장 사퇴 요구를 비롯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국회 계엄해제 의결 이후 각 언론사에선 관련 단독 보도가 쏟아지고 특집방송 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반면, KBS 뉴스의 경우 구성원도 납득할 수 없는 뉴스 편집, 부실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안팎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6일 KBS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어 “지금껏 없던 위기 상황이 KBS 보도국에 펼쳐지고 있고, 기자들의 자존감은 그 어느 때보다 바닥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재현 국장에게 “계엄과 탄핵 정국을 제대로 취재할 수 있는 TF를 내일(7일) 오전까지 구성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며 “또다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앞서 4일 자사의 ‘비상계엄’ 특보 시청률과 ‘특집 9시 뉴스’ 보도를 두고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도대체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느냐”고 지적한 성명 발표 이후 나온 KBS 기자협회의 추가 성명이다.
KBS 기자협회는 6일 〈TF 구성을 거듭 제안하며- 뉴스는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제하의 성명에서 “어제(5일) 보도국장을 만나 특별취재팀, TF 구성을 제안했다. 또 오늘(6일) 오전 편집회의 시간에 이어 편집회의 뒤 국장을 다시 만나 TF 구성을 거듭 제안했고, 오후엔 TF 구성안을 작성해 뉴스 경쟁력 회복을 위해 반드시 받아주길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재현 국장은 단독 결정 사항이 아니라며 논의를 해본다고 했지만, 결국 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KBS 기자협회는 “그렇다면 보도국장께 다시 묻겠다. KBS 뉴스를 지키고 기자들을 지킬 방안은 과연 무엇인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당장 하루하루 우리 뉴스를 외면하는 시청자는 늘어나고 있다. 거리에 나가 있는 우리 기자들을 향한 눈초리는 더 매서워졌고, 기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불행한 사고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미증유의 위기에는 가능성이 있다면 뭐라도 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오후 열린 기자협회 긴급운영위에서도 대부분 참석자들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며 TF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 열린 KBS 기자협회 긴급운영위에선 “계엄과 탄핵사태 취재를 위한 TF 구성을 다시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보도국장 사퇴를 요구한다”는 안이 참석자 26명 만장일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KBS 기자협회는 통합뉴스룸 편집회의에서 전날(5일) ‘9시 뉴스’ 등의 뉴스 편집, 보도 내용에 대해 KBS가 계엄 자체에 대해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야 했으나 그런 내용의 리포트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심각한 오판 발언”에 대한 기자의 발제가 이날 뉴스에서 빠지기도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