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집회 모인 시민들… "언론 보도로 계엄 막을 수 있었다"

한겨레·시사IN 특별판 호외 배부
참석 시민들, 기자들에 지지 보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촛불 집회에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한 가운데, 현장에선 언론에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언론의 발빠른 보도로 국회 점령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 집회에서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과 함께 한겨레나 시사IN 등이 호외로 발간한 특별판을 들고 다녔다. 이날 한겨레는 국회의사당역 출구 앞에서 호외를 배포했고, 시사IN도 인근에 거리편집국을 차리고 특별판을 나눠줬다.

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한겨레 호외를 읽고 있다. /박성동 기자

집회 참여를 위해 전날 대전에서 서울에 온 27살 황재희씨는 “계엄이 실패한 모습을 보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하다고 느꼈다”며 “과거와 다르게 보도와 인터넷으로 정보가 빠르게 번졌기 때문에 국회가 쉽게 정복되지 않았던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계엄령을 선포한 뒤 국회에 계엄군을 보냈지만 속보를 본 시민들이 국회로 몰려와 군인들의 통행을 막으며 항의했다. 많은 언론이 시민들의 이런 도움으로 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호외를 읽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특별판 1면에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썼다. /박성동 기자

황씨와 함께 온 26살 김혜지씨는 “매몰되지 않고 싶어서 매체는 여러 가지를 본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다들 속보 중심이었고, 언론사마다 보도가 비슷했다”고 말했다. “급한 국면이 지나간 뒤 후속 보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언론을 신뢰하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오늘 아침 서울에 왔다는 47살 김영준씨도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친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면 어땠겠느냐며 언론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대통령은 계엄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고 유혈사태도 우려됐다”며 “계엄 초기에 언론을 장악하지는 않았는데 그게 정권 입장에서는 실패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7일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운집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온 참석자들로 가득했다. /박성동 기자

이날 집회 현장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모이면서 통신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는 애초 2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집회는 1시간쯤 지나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모였다.

이주현 JTBC 영상기자는 “11시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국회 앞에 100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오후 1시30분쯤부터 30분 만에 인원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영상을 보내야 하는데 통신장비가 안 터져서 KBS 본관까지 가서 방금 송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도 촬영했다”며 “그때 100만명이 모여서 오늘 그 정도 올까 싶었는데 그때와 같은 모습”이라고 돌아봤다. 이 기자는 “촬영하면서 시민들이 핫팩을 주고 힘내라고 계속 말해줬다”며 “우리 성과를 시민들의 반응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을 영상취재 중인 JTBC 이주현 기자. /박성동 기자

시민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의 의미를 살려 설명해 준 언론에 지지를 보냈다. 영등포구에 사는 47살 김대환씨는 MBC를 즐겨 본다며 “이번 계엄이 ‘셀프, 친위 쿠데타’인 점을 잘 설명해 줘 정권을 지키려는 계엄이었다는 본질을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중간중간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며 “MBC는 저녁 뉴스 전체를 보지 않더라도 시작과 끝날 때 앵커 멘트만 보더라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이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성동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온 65살 진금숙씨도 “JTBC 저녁 뉴스 오대영 앵커가 최근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변명은 말이 안 된다고 정확히 짚어줬는데 이런 이유로 JTBC를 주로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진씨는 “집회라는 건 태어나서 오늘 처음 와봤다”며 “부부가 함께 왔는데 손주를 위해서라도 좋은 나라를 지키고 물려주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는 오후 6시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퇴장하면서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루고 본회의를 열어둔 채 국민의힘 의원들이 돌아와 투표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우 의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회의장 퇴장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지지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정까지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200명 이상 투표하지 않으면 탄핵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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