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결합판매, 위헌 아냐"… 헌법소원 기각

헌재, 26일 재판관 8:1 의견으로 심판청구 기각
2020년 4월 헌소 제기된 지 5년10개월 만

주요 지상파 방송사가 지역·중소방송사 광고를 묶어 함께 판매하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26일 나왔다. 2020년 4월 위헌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약 5년10개월 만이다.

헌재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광고주의 계약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기각을 결정했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가 지역·중소방송사 광고를 묶어 함께 판매하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26일 나왔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전경. /강아영 기자

앞서 영화기획, 제작사의 대표인 이모씨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려 했다가 본인이 원하는 방송사 광고를 구매하려면 지역·중소방송사 광고를 일정 비율 이상 함께 구매할 수밖에 없자 계약 체결을 단념했다. 이후 관련 법률이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20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날 판결에서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광고를 이용할 수도 있고, 그밖에 온라인광고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선택할 수도 있다”며 관련 조항이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결합판매 제도가 위헌일 경우 이를 대체할 지역·중소방송사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데,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이 매년 상당한 기금을 지역·중소방송사에 대한 사업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관련 규정을 개정해 이들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더라도 결합판매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중소방송사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신설하기 위해선 기금의 출연 주체와 규모, 용도 등 기본적인 사항이 정해져야 하는데, 과연 신설될 수 있을지, 만약 신설된다면 어떠한 형태의 기금이 될 것인지 현재로선 섣불리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수많은 방송사업자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하나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금의 결합판매 제도가 도입됐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막연히 새로운 기금을 신설해 지역·중소방송사를 지원하는 것이 결합판매를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대의견 김형두 재판관 "결합판매 제도, 지역·중소방송사 경쟁력 저해 요인 작용 우려"

앞서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0년, 언론 통폐합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방송광고공사법’이 제정된 이후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은 의무적으로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 기타 중소방송 광고를 결합해 판매해왔다. KBS와 MBC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통해 지역MBC와 EBS, CBS, BBS, TBS 등 총 127개 매체의 광고를, SBS는 미디어렙인 SBS M&C를 통해 OBS와 9개 지역 민영방송의 광고를 결합판매 중이었다.

그러나 광고주와 지상파 방송사 등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2020년 결합판매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결합판매 제도가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였다.

코바코의 방송광고 판매대행 매체 현황.

이날 반대의견을 낸 김형두 재판관은 “상당수 광고주에게 있어 결합판매는 사실상 강제된 추가구매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며 “결합판매 제도는 시장경쟁을 통해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지역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동기를 약화시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지역·중소방송사의 경쟁력 제고와 자립기반 확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 “입법자의 정책적 선택에 따라 기금의 배분 구조를 조정하거나 우선순위를 변경함으로써 지역·중소방송사에 대한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지역·중소방송사 지원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조합함으로써 광고주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청구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도 이번 결정과 관련해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결합판매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그 실효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며 “지역·중소방송사에 대한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의 발전과 변화된 광고시장 상황에 맞춰 입법적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종교방송 사장단 "합헌 결정 환영"... 방미통위, 결합판매 제도 개선 방침

선고 직후 CBS, BBS, CPBC, WBS 등 4개 종교방송 사장단은 성명을 내고 헌재의 합헌 결정을 환영했다. 이들은 “결합판매 제도가 단순히 매체 간의 ‘경제적 거래’가 아니라, 다원적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임을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헌재의 판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오늘 판결을 기뻐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제도는 유지되었으나 헌재가 우려한 대로 중소방송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고사 위기이기 때문이다. 헌재의 판결 취지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중소방송이 공익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육성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 150억원 즉각 원상 복구 △방발기금 운용 정상화를 통한 중소방송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 구조 법제화 △결합판매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 완화 등을 정부와 국회에 주문했다.

한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헌재의 합헌 결정과 상관없이 결합판매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MBC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다만 결합판매의 부담을 안은 지상파 방송사로서 아쉬운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헌재가 합헌 결정을 하더라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결합판매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MBC는 국회, 방미통위 등과 소통해 향후 제도 개선 과정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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