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 마지노선 무너졌다… 지원 패러다임 바꿔야"

4일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진흥의 패러다임 전환' 국회 토론회
지역방송 관계자들 "이대로 두면 소멸… 얘기 좀 들어달라" 호소

“지역방송의 위기가 놀랍게도 지역 소멸과 닮아 있습니다. 50대 이상이 많고, 20~30대는 거의 없고요. 이대로 두면 지역방송은 자연스럽게 소멸할 겁니다. 지역이 소멸하는 것과 똑같은 형태로요. 지역방송이 지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최소한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걸 입법·행정을 하는 분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진흥의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에서 민성빈 지역방송협의회 공동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민 대표는 “지난해 방송통신발전기금 152억원이 사라질 때 논의 구조 안에 지역방송 종사자들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이 놀라웠다”며 “내년에 나올 지역방송 발전 지원계획 논의 때도 그렇고, 제발 저희 얘기 좀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진흥의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가 열렸다. /강아영 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지역방송 관계자들은 구조적인 광고 시장의 위축과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시장 재편 속에서 지역방송이 전례 없는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각한 경영 위기로 제대로 된 지역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영훈 전국언론노동조합 TBC지부장은 “올해 회사가 새 인력을 채용했는데 이게 6년 만이다. 보도국 영상취재팀의 경우 제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13~14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팀장을 포함해도 5~6명 수준”이라며 “이미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지역방송 입장에선 악화되는 수익 구조에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인건비고, 노동조합이 거기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것도 이미 임계점을 지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건비 다음엔 제작비를 줄이다 보니 프로그램의 품질이 자연스레 떨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지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역 방송이 힘드니 더 지원해줄게’ 선심 쓰는 것이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이 의무이듯 지역방송을 지원하는 것도 당연한 의무이자 책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우림 언론노조 MBC본부 충북지부장도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 액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종사자 입장에서 ‘지역 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사업 자체는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며 “그럼에도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은 결국 예산 총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이 사업이 12년 동안 누적 500억원, 한 해 40억원 정도를 지원했는데, 그걸 39개 지역·중소방송이 나눠 가졌으니 1억원이 조금 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지원 사업조차도 인력이 부족하고 자부담 액수가 부담스러워서 응모를 꺼리고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을 회사가 방침으로 삼는다”며 “MBC충북도 지난해 응모를 아예 안 했다. 예산의 부족이 실제 현실에 들어가면 이렇게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공공성과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지역방송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예산 지원하는 ‘블록 그랜트’ 및 자부담 폐지 등 제안도

이날 토론회에선 방발기금을 통한 지역방송 지원 사업이 지역 콘텐츠의 지속성·지역성·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 예산 편성은 물론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지원 사업이 5년간 지원한 총 206건 중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작 편성되고 있는 프로그램 및 콘텐츠는 12개에 그치고 있다”며 “206건 중 112개가 지원 당해에만 편성됐다. 주목할 점은 5년 동안 10건 이상의 지원을 받은 방송사가 MBC경남 등 8곳인데, 종사자와 자체편성 비율이 높은 KNN을 제외하고 9개 지역민방 지원 건수가 적은 이유는 응모 자체를 꺼렸거나 지원 사업으로 얻는 이익이 적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가 지원 사업을 집행하면서 행정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역방송 지원 사업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집행계획을 확정하지만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RAPA다. 김 실장은 “모든 지원 분야에 방송사의 현금 자부담 비율이 20%이고, 기존 제작 중인 정규물로 지원할 경우 자부담 비율은 50%까지 높아진다”며 “사업에 선정되더라도 매년 3월의 심사 및 협약부터 11월의 결과보고까지, 제작진은 약 10개월간 콘텐츠의 완성도보다 기한의 엄수와 행정 처리에 더 몰두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지자체, 지역 공공기관과 협업 프로그램을 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데, 이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제작 자율성 침해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지역의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역MBC 종사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지속성과 다양성, 자율성을 강화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별 프로그램 단위의 경쟁 공모가 아닌, 방송사에 포괄적인 예산을 지원하는 ‘블록 그랜트’ 외 △자부담 폐지 또는 최소화 △내부 인건비 제작비로 인정 △정규 프로그램 상시 지원 △장기 프로젝트 지원 △노후 인프라 교체 및 유지보수 지원 △디지털 전환 및 아카이브 지원 등이 새로운 지역방송 진흥 정책으로 거론됐다.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진흥의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아영 기자

토론회에 참여한 이동석 방미통위 지역미디어정책과장은 “예산 증액이 원활하지 못해 아마 현장에서 더욱 더 실망을 많이 느끼셨을 것 같다”며 “더 많은 예산이 지역·중소방송에 지원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노력하겠다. 또 예산 집행 과정에서 현장 인력들의 실무 부담을 최대한 감소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천석기 RAPA 방송미디어진흥본부장도 “내부 인건비를 제작비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은 방미통위에 건의를 드리겠다”며 “사실 1인 미디어 사업만 해도 예산이 100억원인데 지역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지역 여론을 만들어나가는 지역방송 예산이 이 정도인 것은 면구스럽다. 집행단위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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