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바이든-날리면’이라 불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를 둘러싸고 지난 3년 반 동안 벌어진 일들은 언론사(史)에 남을 ‘희대의 사건’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전 국민이 별안간 ‘듣기평가’를 치르고, 정부가 나서서 언론사에 소송을 걸고, 기자가 고발당하고, 행정기관은 제재를 가하는, 일련의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정작 발화의 당사자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바이든-날리면’ 논쟁을 차치하더라도 부적절한 상황과 발언이었으나, 모든 비난과 공격이 이를 처음 보도한 MBC를 향하고, 이것이 ‘격노’와 ‘불통’으로 상징되는 윤석열 정부 통치의 진정한 시작점이 되었다는 점에 비춰봐도 단순한 사건은 아니었다.
2022년 9월22일, 문제의 그 발언이 알려진 날로부터 3년 반이 지나서야 이 소동에 마침표를 찍을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양순주)는 11일 MBC가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3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2024년 4월 MBC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발언을 ‘바이든은’으로 단정해 보도한 것은 허위라며 법정 제재 중에서도 최고 수위인 과징금(3000만원)을 결정했다. 방통위는 이를 그대로 확정해 처분했다.
당시 류희림 위원장 등 여권 방심위원들이 중징계를 밀어붙인 근거는 그해 1월 나온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이었다. 서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성지호)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음성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데 이를 자막에 추가해 보도한 것은 왜곡이고 허위라며 외교부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직후 크게 논란이 됐는데, 가장 의아한 부분은 재판부 스스로 발언의 진실을 알 수 없다면서도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다고 MBC에 정정보도를 명령한 것이었다.
판결이 나온 같은 달 30일, 방심위는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MBC를 비롯해 ‘미국’, ‘바이든은’ 등의 자막을 넣어 보도한 9개 방송사를 상대로 무더기 의견진술을 결정하고, 3주 뒤 열린 소위에서 의견청취 뒤 MBC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법원 판결 이후 해당 자막을 고치거나 삭제한 뒤 사과한 방송사엔 가벼운 행정제재를 내리고, 따로 사과하지 않은 JTBC, YTN, OBS 등은 법정제재하는 등 차별적 징계를 가하기도 했다.
류희림 방심위, 발언 진실 못 가린 판결 근거로 중징계
방심위 중징계의 씨앗이 된 서부지법 판결, 그리고 그 징계를 취소한 이번 행정법원 판결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엇갈렸다. 당시 서부지법 성지호 판사는 MBC가 ‘바이든은’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것이 “시청자로 하여금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라고 인식하도록 유도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행정법원 재판부의 양순주 판사는 해당 자막을 두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을 덧붙인 것”이라고 봤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불명확하게 들리는 부분에 대해 MBC가 “설명 또는 해석을 덧붙인 것으로 이해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한 것이 아니라, 불명확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방송하면서 원고의 의견을 덧붙인 것”으로 “사실을 명백히 왜곡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보도, 같은 자막에 대한 두 재판부의 서로 다른 판단. 그러나 이에 대한 법정 공방은 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은 MBC가 1심서 패소했으나 2심 재판부 중재로 외교부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정리됐고, 이번 과징금 취소 처분에 대해 현 방미통위는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약 3년 반 만에 수습이 되어 가는 분위기다. MBC는 해당 보도 이후 정정보도 소송과 방심위 징계 외에도 기자 등이 당한 고발이 10건이 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경찰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두 달여가 지나 해당 기자 등에 대한 고발 건을 불송치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의 당사자이자 음성 감정을 통해서도 “국회에서 이 XX들이” “쪽팔려서” 등의 비속어를 쓴 것이 명백히 드러난, 당시 취임 5개월차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해명도, 사과도 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