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며 TBS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또 서울시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2022년 폐지됐던 TBS 지원 조례가 되살아날 수 있어서다. 다만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무너진 서울의 공영미디어, TBS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토론회에선 정상화가 된다 하더라도 TBS가 그간 서울시 권력의 향배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휘둘렸다며, 향후 진정한 재건을 위해선 재정적·제도적으로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송원섭 전 TBS 라디오본부장은 TBS의 역사를 언급하며 “남산 시기, TBS는 서울시 산하 조직이라는 구조 속에서 정치권 및 지자체 권력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시 방송 장악에 따른 관제 방송화, 낙하산 인사와 구성원들의 신분 불안정, 그에 따른 구성원들의 이탈 등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며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엔 TBS 예산이 그 다음 해 55억원, 2023년엔 2021년 대비 143억원이 삭감됐다. 존재는 하더라도 방송은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김춘효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 연구센터장도 “조례 폐지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작동한 요인은 재정 문제였다”며 “재정이 특정 권력 주체에 구조적으로 종속된 상태에서는 제도와 편성의 독립성은 언제든지 정치적 판단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 조례 폐지는 바로 이 취약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정치적 선택이었고,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고 밝혔다.
김춘효 센터장은 재정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재원 구조의 다각화를 강조했다. 그는 “광고 허용, 공적 자금 지원, 후원금 수탁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광고와 공적 자금은 본질적으로 정치권력과 시장 환경의 변화에 취약하다”며 “반면 시민 숙의를 중심으로 한 지원예산 수탁 모델은 장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정치적 방어선을 형성한다. 시민이 재정의 주체가 될 때, 방송의 정당성 역시 권력이 아닌 시민으로부터 직접 도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복원 이후의 TBS는 안정적 공적 재원을 기본 토대로 하되 특정 기관의 비중을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며 “서울시 예산 지원은 ‘상한선이 명확한 보조적 재원’으로 재정의하고 동시에 25개 자치구가 일정 비율로 분담 지원하는 구조를 제도화해, 단일 권력 주체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시켜야 한다. 여기에 시민자치예산과 후원, 기부, 구독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TBS를 명실상부한 ‘시민 미디어’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MBC가 국회 다룰 때 TBS는 서울시의회, 서울시정 다뤄야"
이날 토론회에선 재정 독립성 외 다양한 TBS 복원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박유진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서울은 중앙과 구분되지 않는 특이점이 있다”며 “그래서 먼저 시민 주권자의 인식 속에 중앙정부와 구분되는, 서울시정에 대한 프레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KBS와 MBC가 국회를 다룰 때 TBS는 서울시의회, 서울시정에 대한 뉴스가 첫 번째 헤드라인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BS 시민협력팀장을 역임했던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정책센터장은 TBS가 진정한 시민참여를 통해 존립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경 센터장은 “재단 출범 전 2019년부터 <우리동네라디오>, <시민영상특이점> 등 시민의 참여·협력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사업, 활동들이 추진됐다”며 “시민참여 거버넌스를 지원하고 내부 다양한 부서와 소통 및 협업하는 전담부서의 실행이 재건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진 TBS 대표 대리도 “TBS의 정상화는 단순히 과거의 방송 체제를 복원하는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공공 미디어 인프라를 재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도시 생활 안전 정보 플랫폼 구축 △도시 공론장 신뢰성 강화 △시민 정보 역량 강화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주용진 대표 대리는 “‘서울 안심 일상 프로젝트’와 같은 공공 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교통안전 정보, 재난 대응 방송, 대중교통 이용 정보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라디오, TV, eFM, 디지털 플랫폼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호 연계되는 구조를 구축할 때 TBS는 수도권 공공미디어로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TBS 재건이 향후 통합미디어법 체계 속에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채영길 교수는 “법안 초안에 TBS 같은 매체를 별도로 진흥하고 보호하는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며 “공공영역의 하위 범주로 ‘지역공익방송사’를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의 일부를 분담하면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정, 고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선출 권력이 재원 삭감, 조례 폐지, 인사 개입 등을 통해 지역공익방송사의 편성 독립성을 침해할 경우 방미통위가 이를 방송 독립성 침해로 규정하고 개입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