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과 손석희. 손석희와 김어준. 두 사람의 이름을 이렇게 나란히 놓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위화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다.
우선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라는 점에서 그렇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시절부터 JTBC ‘뉴스룸’을 진행할 때까지, ‘앵커 손석희’는 그야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존재였다. 아침 출근길 그의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광고를 대기 위해 정치인과 기업들이 줄을 섰다는 얘기는 그리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김어준은 TBS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며 무려 5년간 20분기 연속 청취율 조사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유튜브로 옮겨 첫 방송을 한 날엔 슈퍼챗(실시간 후원금)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의 유튜브엔 대통령과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같은 ‘셀럽’들도 기꺼이 출연한다.
두 사람은 단순히 진행자이기만 한 게 아니다. 손석희는 JTBC 대표이사이면서 동시에 메인뉴스 앵커였고, 김어준은 ‘주식회사 명랑사회’의 대표이자 인터넷신문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뉴스공장)의 발행인이다. 언론사의 대표가 자사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진행자)를 겸하는 경우는 익히 알려진 바로는 두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김어준은 지난해 시사IN이 실시한 ‘2025 신뢰도 조사’에서 손석희에 이어 ‘신뢰하는 언론인’ 2위에 꼽히기도 했다. 뉴스공장은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3위에 올랐고, ‘가장 신뢰하는 유튜브 채널’에선 1위로 뽑혔다. 이 정도면 김어준의 이름을 손석희 옆에 나란히 두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최근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뉴스공장 앵커이자 대표인 김어준의 대응을 보면 그렇다. 10일 뉴스공장에 출연한 장인수 기자가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인 고위 관계자발’로 대통령 사건을 공소취소 해달라는 메시지가 검사들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는데, 방송 이후 논란이 뜨거워졌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이틀 뒤인 12일 “해당 발언은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며 장 기자를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해당 방송 진행자인 김어준이나 뉴스공장을 상대로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다른 시민단체에서 장 기자를 고발하면서 김어준을 방조 혐의로 엮었다고 한다. 김어준은 13일 방송에서 “사전에 내용을 알고 방조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무분별한 고소와 고발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무고죄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어준은 19일 방송에 출연한 한준호 민주당 의원(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이 해당 방송에 대해 “실망이었다”고 하자 “어떤 부분이 실망이었냐”면서 “방송은 보시기는 하셨고?”라고 물었다.
18일 방송에선 “알았다면 했겠느냐”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의 질문에 “당시 정도의 취재 정도라면 우리 방송이 아니라 본인 방송에서 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억울한 듯 답하기도 했다.
실제 10일 방송을 보면 김어준은 “팩트인지 어떻게 아느냐”, “이해가 안 가는데”,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다고 한다면 그건 나 사실이 아닐 거라고 보는 게”라면서 장 기자 말에 의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함께 출연한 주진우 기자도 “그렇죠. 이 말을 어떻게 해”라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김어준은 장 기자의 말을 딱히 제지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해가 안 가는데”라면서도 “일단 쭉 얘기해 보세요”라며 장 기자가 계속 말을 이어가도록 했다. 장 기자가 역시 명확한 근거도 대지 않고 “검찰은 이미 이재명 대통령의 정권 말기 혹은 임기 후의 이재명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땐 “그렇겠지, 당연히”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결국 이날 방송에서 장 기자의 해당 발언은 5분 가까이 이어졌다. 김어준은 진행자로서 장 기자가 취재했다는 내용 자체의 근거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따져 묻기보다 “검찰 사이드에서 들은 것”이라고 정리하며 ‘대통령이 그랬을 리 없다’는 의심만 반복적으로 드러냈다.
김어준과 정준희 교수는 “일반 방송은 보도하는 사람들이 보도하는 리포트 내용들을 원고화 시켜서 사전에 다 시스템으로 공유”하는데 “유튜브 저널리즘은 그러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어준은 더 이상 유명 ‘유튜버’가 아닌 언론사의 대표이자 발행인이다. 소속 기자는 청와대에도 출입하고 있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이 17일 칼럼에서 김어준을 향해 “저널리즘 규범에 더 진지하기를” 충고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시선집중 시절 앵커 손석희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2012년 시사IN 인터뷰에서 “청취자가 듣기에 내 질문이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답변도 그렇게 논리적으로 나와야만 서로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인터뷰는 청취자가 이게 궁금한데 할 때 진행자가 바로 물어봐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후 JTBC로 옮긴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뉴스특보를 진행하던 앵커가 부적절한 질문을 던져 논란이 되자 그날 뉴스룸 진행에 앞서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저의 탓이 크다”며 사과했다. 그날의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가 이후 JTBC와 뉴스룸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렸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30만 실시간 동접자’의 파급력 있는 방송의 진행자이자 한 매체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김어준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