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이사회가 27일 출범한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가 김백 전 YTN 사장의 ‘대국민 사과 방송’ 의사결정 과정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 장남 기사 삭제’ 진상 파악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이 YTN 사내이사(저널리즘 책무 이사)로 선임되는 등 범여권 인사 다수가 추가된 새 이사진에서 나온 첫 조처다.
이날 양 이사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외부 인사가 저널리즘 연구소장으로 채용돼 발령이 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유진그룹이 YTN 보도를 망쳤던 과거를 지우고 유진 대주주 체제를 이어가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하며 “‘양상우 사단’이 장악한 이사회가 경영, 보도, 인사 전반을 통제하는 구조를 공식화 한 것”이라 반발하고 나섰다.
YTN은 30일 이사회가 과거 YTN 내 보도 자율성 침해 논란 사안들에 대한 공식 진상조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의 첫 조처를 공표했다. 우선 2024년 4월3일 진행된 김백 전 사장의 ‘대국민 사과 방송’ 의사결정 과정이 조사대상으로 명시됐다. 김 전 사장은 당시 취임 직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로 규정하고 직접 방송에 나와 사과를 했다.
YTN은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는 김 전 사장이 직접 사과를 하기에 앞서 해당 보도에 대한 객관적 조사나 검토 과정을 밟았는지, 뉴스룸 내부의 동의나 논의 절차가 있었는지 등 제반 과정을 우선 파악하기로 했다”며 “또 보도 사안에 관한 회사 차원의 사과 등을 방송으로 발표하는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9월 발생한 ‘현대차 정의선 회장 장남 기사 삭제’ 사안에 대한 진상 파악도 천명됐다. 2021년 보도국 사회부에서 작성한 ‘재벌가 2세 만취 운전’ 단신 기사 2건이 YTN에서 삭제됐다가 복구되는 일이 있었고 회사는 “이 기사는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2025년 9월18일 삭제됐다 재게재한 것”이라며 사과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YTN은 “어떤 과정을 거쳐 기사가 삭제됐는지, 이후 적절한 사후 조처가 이뤄졌는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지난 10년간 발생한 기존 기사의 무단 수정 및 삭제 사례도 전수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YTN은 “(위원회의) 이러한 조처는 대표이사 사장이라 해도 편집권에 함부로 손댈 수 없도록 강력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과거의 잘잘못을 따져 관계자 문책을 요청할 의지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YTN 이사회는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 신설을 알리며 “이사회 차원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보도 윤리와 콘텐츠 품질 정책을 거시적으로 관장하며 부당한 외부 압력을 차단해 YTN 저널리즘이 사회적 책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위원회엔 최근 새로 합류한 이사진이 대거 포함됐다. 저널리즘 책무 이사인 양상우 이사회 의장이 위원장을, 인권·시민사회 전문가인 오창익 사외이사가 부위원장을 맡는다. 언론학자인 마동훈 사외이사, 헌법 전문가인 이유정 사외이사도 위원으로 합류해 위원회는 4인 체제로 상시 운영된다. 이사회 정책 기획실을 지휘해 이들 사안을 조사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사내 감사팀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제도적 재발 방지책을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보도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었던 자사 보도에 대해 언론사가 관련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제도적 개선을 한다는 방향은 의미가 없지 않다. 다만 이 같은 조치를 지난해 말 법원의 ‘YTN 최대주주 자격 승인 취소 판결’에 대한 대응의 맥락에서 떼놓고 보긴 쉽지 않다.
일례로 ‘대국민 사과’ 건의 경우 유진그룹이 최대주주가 된 뒤 처음으로 선임한 사장이 보인 행보였다. 이번 위원회의 조사 방침은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법원 판결로 방미통위가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자격’에 대한 후속 조치를 예정한 가운데 범여권 인사를 다수 새 이사진에 포함시킨 후 나왔다. 이는 YTN 내부 제도 개선을 목표로 한 위원회의 조치가 근원적이고 정확한 해법인지,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자격을 지키려는 행보 이상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YTN지부는 이날 위원회 조처에 대해 “유진그룹이 YTN 보도를 망쳤던 과거를 슬며시 지우고 유진강점기를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술책에 불과하다”며 “개별 보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책과 기준을 통해 보도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조사 대상이 된 사안에 대해선 “모두 유진그룹이 사추위를 무력화하고 꽂은 경영진이 저지른 짓이며, 관계자들은 지금도 YTN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중략) 미리 관계자 문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도 유진 자본의 심기를 고려한 생색내기용 쇼라는 걸 방증한다”고 적었다.
이날 저널리즘 연구소장 자리에 양 이사의 한겨레신문 사장 재직 시절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인사가 발령 나는 일도 벌어졌다. YTN지부는 이에 대해 “사내 인력으로 충분히 충원 가능하고 실제 지원자도 있었지만, 회사는 신규채용 억제 원칙까지 어기며 양상우의 비서실장이라 불리던 인사를 데려워 앉힌 것”이라며 “일련의 흐름을 보면 이사회가 보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너무나 명확히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진그룹이 마음대로 사장과 보도책임자를 앉힐 수 없게 되자, 이사회를 통해 YTN을 더 직접적으로 장악하려는 또 하나의 꼼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YTN지부는 이사회의 ‘책임경영 체제’ 선언과 맞물려 “‘양상우 사단’이 장악한 이사회가 경영, 보도, 인사 전반의 통제를 공식화 한 것”이라 지적했다. YTN지부는 “이사회는 대주주의 간섭을 배제하고 공적 가치를 대변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사회 자체가 대주주에 의해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 말은 성립할 수 없는 모순”이라며 “결국 이사회가 말하는 ‘책임경영’은 경영진을 배제하고 대주주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거버넌스 위원회를 통해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 관여한다고 밝힌 것을 거론, “노사 협의 구조를 무력화하고, 사장 선임 과정까지 이사회가 장악하겠다는 선언”이라며 “YTN 경영진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YTN지부는 “우리는 ‘양상우 사단’을 YTN 위에 군림하려는 유진총독부로 규정한다. ‘양상우 사단’은 진보의 가면을 쓴 채 천박한 유진 자본에 빌붙어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YTN을 짓밟으려는 부역자 용병 집단에 불과하다”며 “방미통위에 거듭 촉구한다. 유진그룹의 방송법 무력화 시도를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중략) 내란 정권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한 행정이 초래한 지금의 YTN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