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5 수술 로봇은 통제된 환경에선 최고의 인간 외과의보다 더 정밀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자동 수술 버튼을 누르려 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사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한 답이 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로봇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술이 준비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가 준비되지 않아서입니다.”
‘뉴스룸의 AI 활용 사례와 미래’를 주제로 3월30일 열린 ‘2026 세계기자대회’ 두 번째 컨퍼런스에서 불가리아기자협회 이사회 회원인 마틴 조르지에프 기자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기자들도 머지않아 의사들과 같은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히 저널리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 책임, 진실의 문제다.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에 대한 분명한 감각과 강한 윤리 의식이며, 그래서 우리는 언제, 어떻게, 왜 인공지능(AI)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은 각국 뉴스룸의 AI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AI 시대일수록 기자의 판단과 책임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가치를 공유했다. 중국 신화통신의 정카이쥔 국제뉴스부 소셜미디어 데스크 국장은 “중국의 AI 산업 발전은 국가적 우선 과제이며, 신화통신 역시 사내 시스템에 230개가 넘는 AI 도구를 도입했다”며 “그러나 AI가 저널리즘에 던지는 도전은 그 혜택만큼이나 깊고 크다. 지금 우리는 이른바 ‘AI 슬롭(AI 저품질 결과물)’과 싸우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 직업이 기반하고 있는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간의 가치는 대체 불가능하다”며 “AI는 확률을 다루지만 저널리즘은 진실을 다룬다. 현장에 직접 나타나는 것, 그 자리에 있는 것,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은 바로 이 일의 심장이며, 앞으로도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뉴스위크 폴스카의 레나타 에바 김 기자도 “AI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 모든 과정에는 인간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은 바이라인을 단 기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도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우승호 서울경제신문 미래전략부 부국장이 ‘AI LINK’를 소개하기도 했다. AI LINK는 서울경제가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편집 데스크의 검증을 거친 기사를 여러 형식으로 동시에 흘려보내는 시스템이다. 이는 △기사 초안 작성, 교정, 제목 제안 등의 작업을 할 때 도움을 주는 AI NOVA △하루 동안 생산된 기사들을 가져와 독자 유형에 맞춰 8가지 뉴스레터로 재구성하는 AI PRISM △텍스트 기사를 영상 콘텐츠 패키지로 전환하는 AI WAVE △뉴스를 영어로 번역하는 AI GLOBE로 이뤄져 있다.
우승호 부국장은 “이 전체 시스템은 기자 2명과 인턴 4명이 운영하고 있으며 외부 업체의 도움도, 별도의 전담 엔지니어 조직도 없다”며 “기자들이 실제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 AI LINK를 기존 CMS에 바로 통합하고 외부 개발자가 아닌 기자들이 직접 만들었다. 덕분에 지난해 말 AI LINK에 등록한 인원이 268명에 이르렀고, 지난 1년 동안 4개의 AI 엔진을 통해 1만6500건이 넘는 AI 기반 콘텐츠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모든 답을 찾은 것은 아니”라며 “제가 분명하게 믿는 것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기자들,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원을 만들고 권력을 감시하는 기자들의 역할이 AI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기술은 우리의 도달 범위를 넓혀 줄 수 있지만 기자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가장 부족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신뢰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