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조례대잔치'를 시작합니다

[언론 다시보기]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

광주시가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앞두고 제출한 인력 증원과 조직개편 조례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회 내부 반발로 본회의 개의가 지연되면서 1월19일 오전 집행부 간부들이 텅 빈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 조례는 기후변화로 인해 심화되는 사회적 및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포용적인 기후위기 대응 및 도민의 기후복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경기도 기후격차 해소에 관한 기본조례

“이 조례는 15분 도시의 조성 및 지원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 제고 및 공동체 활성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부산광역시 15분 도시의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

“이 조례는 아이의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경상북도 119아이행복돌봄터 설치·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기존 돌봄 시설의 사각지역을 해소하여 저출산 극복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경상북도 조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경상북도 119아이행복돌봄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조례는 쉽게 말해 동네 규칙이다. 법률이 국가 전체에 적용되는 규칙이라면, 조례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같은 광역자치단체나 성동구, 성남시, 달성군 같은 기초자치단체 내에서 적용되는 자치법규다. 같은 법률을 국가 차원에서 준수하더라도 디테일에서 지역별로 사정에 따라 조건을 달리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고 이를 위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조례를 각 지역 지자체가 제정해 운영한다.


대체로 조례는 상위법의 범위 안에서 제정되지만,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자치사무의 경우에는 국가 법률이 세세하게 규정하지 않은 영역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3건의 사례도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조례들이다.


경기도는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한 목적의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시혜적 사업이 아니라 도민의 기본적 권리와 행정의 복지 책무로 바라보고 접근해서 기후위기 시대를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동네 규칙’이라는 의미가 있다.


부산시는 누구나 걷거나 자전거 등을 이용해 15분 안에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목적의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의 덩치를 키우는 것에만 몰두하던 것에서 멈춰 시민들이 더 편리하고 밀도 높은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공간 구조를 정책적으로 고민하는 ‘동네 규칙’이라는 의미가 있다.


경북도는 소방서, 119안전센터, 119지역대 같은 시설과 여성의용소방대를 활용해 재난 발생뿐 아니라 출장이나 야근, 휴원·휴교에 따라 긴급하게 아이의 돌봄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위한 조례를 운영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만으로도 불충분한 아이 돌봄을 소방 인프라까지 확장·보충해 돌봄 고민이 많은 가정에 정책적 지원을 마련한 ‘동네 규칙’이라는 의미가 있다.


일명 ‘조작기소 특검법’이라고 줄여 부르는 이름만 무려 50자로 긴 법률안이 지방선거 국면을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의미는 사실 여기에 있다. 동네에 필요한 규칙과 정책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날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를 다루는 언론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이름만 길어서 목적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불명확한 법률안을 두고 ‘내 말이 맞네, 쟤 말이 틀렸네’ 손가락질하는 싸움에는 1스푼의 관심이면 족하다. 남은 99스푼의 관심은 진짜 제대로 된 ‘동네 규칙’, 즉 좋은 조례에 기반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나아가 그 방법을 제시하는 데 써야 한다.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

뉴스민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조례대잔치>라는 기획을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준비했다. 1월부터 지역의 2030 청년 활동가들에게 제안해 ‘조례발굴단’을 꾸리고 1만6000건이 넘는 전국 광역시도 조례를 살펴 좋은 조례를 찾았다. 고르고 골라 조례 102개를 선정했고, 11일에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선별한 조례를 소개하고, 각 정당 후보자들에게 정책 백화점식으로 제안하기 위해서다. 102개 중 무엇이라도 좋으니 지역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례를 공약하고 당선되면 실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뉴스민은 남은 기간 동안 힘이 닿는 수준에서 102개 조례가 실제로 각 지역에서 어떤 효과를 낳고 있는지 검증하는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허울뿐인 조례로만 남아 있는 건 아닌지 살피고, 실제로 지역민들에게 어떤 효능감을 안겨줬는지를 살펴서, 우리 지역의 정책 담당자와 정치인들에게도 ‘이런 좋은 제도가 저곳엔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리한 후에 왜 ‘이곳’ 대구와 경북에선 안 되는 것인지 묻고, 또 물을 것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