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의 우승은 어떻게 봐야 할까

[박종민의 K-스포츠랩]

2025-2026시즌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반전 아닌 반전’이 일어났다. KBL 정규리그 6위(28승 26패) 부산 KCC가 승수가 같은 5위 고양 소노와 챔피언결정전 시리즈(7전4승제)에서 4승 1패로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단순히 정규리그 순위와 챔프전 우승이라는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확실한 반전이지만, ‘반전 아닌 반전’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건 KCC가 라인업상 그야말로 ‘슈퍼팀’이었기 때문이다.

포지션별로 5명의 선수가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가드 허훈은 2019-2020시즌, 포워드 송교창은 2020-2021시즌, 최준용은 2021-2022시즌 정규리그 국내 선수 MVP를 수상했고, 센터 숀 롱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외국 선수 MVP를 차지했다. 가드 허웅은 2023-2024시즌 KCC의 우승을 이끌며 챔프전 MVP에 오른 바 있다. 게다가 이상민 감독까지 정규리그 MVP 2회(1997-1998·1998-1999시즌)와 챔프전 MVP 1회(2003-2004시즌) 수상에 빛나는 슈퍼스타 출신이다. 프로팀이지만 국가대표팀에 버금가는 라인업이다.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와 부산 KCC 이지스의 경기, 68-76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KCC 이상민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슈퍼팀은 ‘모 아니면 도’인 경우가 많다. 구단이 거액을 들여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을 한데 불러 모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우승이 보장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개성 넘치는 스타들이 자칫 팀에 잘 녹아들지 못하며 엇박자를 내기 십상인데, 애초에 그러한 거물급 스타들을 지도할 만한 강력한 리더십의 명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우승을 해도 본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렇지 못하면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리게 된다. 슈퍼팀이 으레 가장 경계하는 건 외부 요인들이 아닌 자체 조직력과 부상 관리다.

KCC는 KBL 역사를 놓고 봐도 라인업이 가장 화려한 팀으로 손꼽힌다. 물론 세계 농구 역사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진정한 슈퍼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나섰던 미국 농구 대표팀이다. 슈퍼팀을 넘어 ‘원조 드림팀’이라고 불렸던 팀이다.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라는 지구 농구 역사상 최강의 백코트진을 비롯해 존 스탁턴, 클라이드 드렉슬러, 스카티 피펜, 찰스 바클리, 칼 말론, 데이비드 로빈슨, 패트릭 유잉 등 훗날 거의 대부분 농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들로 구성된 ‘사기’ 팀이었다. 원조 드림팀은 앙골라를 116-48로 제압하는 등 팀 득실 마진 무려 43.8점으로 8전 전승을 거뒀다. 상대팀 입장에서 원조 드림팀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라인업상 1992년 원조 드림팀과 그나마 비교 가능한 대상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나섰던 드림팀3였다. 원조 드림팀이 최강의 백코트 팀이었다면 드림팀3는 최강의 골밑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킴 올라주원과 샤킬 오닐, 데이비드 로빈슨에 찰스 바클리와 칼 말론까지 버텼던 골밑은 상대팀에 공포 그 자체였다. 평균 득실 마진이 31.8점이었고, 역시 대회 8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대 최강팀 중 한 곳이었던 유고슬라비아와 결승전에서도 95-69로 대승을 올렸다.

NBA 역사상 우승을 위해 전격적으로 꾸려진 호화 라인업 팀들은 꾸준히 있었다. 기억에 남는 NBA 슈퍼팀으로는 1996-1997시즌 휴스턴 로키츠(드렉슬러-바클리-올라주원), 2003-2004시즌 LA레이커스(게리 페이튼-코비 브라이언트-칼 말론-샤킬 오닐), 2007-2008시즌 보스턴 셀틱스(레이 앨런-폴 피어스-케빈 가넷), 2010-2011시즌 마이애이 히트(드웨인 웨이드-르브론 제임스-크리스 보쉬), 2016-2017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스테판 커리-클레이 탐슨-드레이먼드 그린-케빈 듀란트) 등이 있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미국 NBA 스타들이 출전해 압도적인 전력으로 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을 가리켜 ‘원조 드림팀’이라 부른다. /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KBL 역사상 라인업 기준으로는 대략 원년 1996-1997시즌 기아 엔터프라이즈(강동희-허재-김영만-김유택)와 현대 다이넷 및 걸리버스(이상민-조성원-추승균-조니 맥도웰), 2001-2002시즌 대구 동양 오리온스(김승현-김병철-전희철-마르커스 힉스), 2003-2004시즌 원주 TG 삼보(신기성-허재-김주성) 등이 역대급으로 평가받곤 한다. 1998-1999시즌 청주 SK 나이츠는 현주엽과 서장훈을 보유한 팀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 시즌 KCC가 챔프전 우승을 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는 허훈이다. 그는 이번 챔프전 5경기 평균 38분을 넘게 뛰며 15.2득점 9.8어시스트 4.4리바운드를 올리는 등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시리즈 MVP에 뽑혔다. 아버지 허재 전 감독(1997-1998시즌)과 형 허웅(2023-2024시즌)에 이어 봄 농구 최고의 별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상민 감독은 한 팀(KCC 및 전신 현대)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 기쁨을 누린 최초의 인물이 됐다.

KCC의 슈퍼팀 모험은 성공으로 끝이 났다. 정규리그 6위 팀의 첫 챔프전 우승이란 새 역사이기도 했다. 한 농구 관계자는 “KBL이 흥행하려면 스타도 많아야 하고 언더독의 반란도 있어야 한다”며 “2025-2026시즌은 KCC를 통해 그 2가지가 묘하게 이뤄졌다”고 돌아봤다. 향후 KBL에선 또 어떠한 슈퍼팀이 나올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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