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충남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의 1분 모두발언을 빠뜨린 채 방송한 대전MBC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중대한 과실이 있는 방송사고라는 점에서 법정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즉시 사과문을 공개하는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6·3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12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전MBC에 대한 의견진술을 진행한 뒤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대전MBC는 5월21일 ‘충남도지사 후보자 토론회’를 녹화 방송하며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의 모두발언을 편집한 채 방송했다. 반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모두발언은 방송됐다.
대전MBC는 당시 토론회의 제작 및 편집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토론회는 녹화와 동시에 방송 자막을 입히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김태흠 후보의 공약 소개 도중 박수현 후보와 관련한 자막이 잘못 삽입되는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시 녹화가 이뤄졌는데, 이후 편집 과정에서 자막이 잘못 삽입된 장면을 삭제하면서 직전에 이뤄진 김태흠 후보의 모두발언까지 삭제했다.
이날 의견진술에 참석한 이재우 대전MBC 경영국장은 “평소대로라면 영상 편집 과정에 연출자가 동석해서 편집을 지휘해야 하지만, 다음날 두 차례 토론 방송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연출자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제작이 이뤄졌다”면서 “5명이 안 되는 연출자와 관리자가 15개의 토론 방송을 준비하다보니 업무가 과중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차례 검토 과정을 거쳤음에도 모두발언이 삭제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국장은 “업무가 과중한 상태에서 연출자가 최종 편집본을 확인했는데 모두발언은 박수현-김태흠 후보의 순서로, 공약 발표는 김태흠-박수현 후보 순서로 이어지다 보니 얼핏 봤을 때 분량이 고르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면서 “방송 전 심의실에서도 영상을 검토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후 대처는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대전MBC는 약 4시간 뒤인 5월22일 오전 1시경 홈페이지에 사과문과 보도자료를 게재하고, 유튜브에 김 후보의 모두발언이 삽입된 방송 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이날 저녁 뉴스데스크를 통해 앵커의 사과멘트와 함께 사건의 경위가 담긴 2분 리포트를 보도하기도 했다.
선방위 위원들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경한 위원은 “내부에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찾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3자의 눈을 빌리는 등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현재는 긴급 상황이라 판단해 연출자의 최종 검토가 이뤄진 뒤 관리자 직급이 한 번 더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외부 조사위원회에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언을 듣고 최종 시스템을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총괄 책임자였던 김지훈 전 대전MBC 보도국장 역시 이날 의견진술에 참석해 “제가 선거방송을 7,8년 동안 독점적으로 담당해 오면서 (경험한) 노하우를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욕심을 내다보니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큰 물의를 빚은 것 같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내려왔고,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방위 위원들은 사후 조치가 명확하게 이뤄진 점을 참작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권순택 위원은 “방송에 대해 심의하고 제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때 저는 재발 방지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건의 경우 중대 과실이 맞다고 본다. 그런데도 곧바로 사과하고 조처를 한 부분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원래는 법정제재 ‘주의’를 생각했지만 후속조치를 감안해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호철 위원을 제외한 8명의 위원이 참석, 총 7명이 찬성해 ‘권고’가 의결됐다.
한편 박기완 위원은 소수의견으로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은 “방송사고에 고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후 대처가 나쁜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고는 방송사고로 봐야 한다”면서 “보도국장이 최종적인 사전 확인을 하지 않았다, 담당 PD가 편집 현장에 있지 않고 주요 업무를 소홀히 했다. 이런 점에서 관리자와 현장 담당자의 정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관계자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선방위의 판단과 별개로 법적 다툼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태흠 후보는 토론회 방송 이튿날인 5월22일 대전MBC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