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하는 기자들은 추석에 뭘 읽을까

문화부 기자들이 꼽은 '추석 연휴 읽어볼 책' 목록
'N독' 부르는 책부터 동료에게 권하고 싶은 책까지

지난해 일주일 가까이 이어졌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주말을 포함해 나흘뿐이다. 연휴는 짧아졌지만 평소 미뤄뒀던 책을 읽기에는 제법 충분한 시간이다. 특히 매주 수십 권의 신간을 접하는 문화부 기자들에게는 업무에 쫓겨 정작 읽지 못했던 ‘읽고 싶은 책’을 펼쳐볼 시간이기도 하다. 모처럼 여유가 생기니 인상 깊게 읽고도 지면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책들이 하나둘 떠오르곤 한다. 이에 이번 연휴를 앞두고 문화부 출판팀 기자들에게 직접 읽어보고 싶은 책, 혹은 기억에 남아 동료 기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김나연 한국일보 기자의 추천

<낭비와 베끼기> 아일린 마일스

/디플롯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록스타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아일린 마일스가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탐색한 에세이집이다. 김나연 기자는 “‘낭비와 베끼기’라는 문학에 대한 정의가 상당히 통찰력 있다고 생각해서 궁금했다”면서 이 책을 올 연휴에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다음은 추천사 전문.

“일상의 쳇바퀴를 내려와 한숨 돌릴 수 있는 며칠이 다가온다. 읽을 책이 컨베이어벨트처럼 다가오는 날들도 그런 대로 즐기고 있다. 하지만 잠시 레일을 멈추고, 문학은 무엇이며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찬찬히 곱씹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다시 탑처럼 쌓일 책들을 더 맛있게 음미하기 위해서.

아일린 마일스는 미국에서 글을 쓰고 문학을 가르친 퀴어 예술가다. 1992년 돌연 대선에 뛰어들어 미국 전역에 파장을 일으켰고, 조이 레너드로부터 ‘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는 생명력 긴 헌시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쓴 '낭비와 베끼기'는 문학의 속성을 탐구하는 짧은 에세이다. 글쓰기를 비롯한 예술은 ‘삶을 베끼는’ 것이고, 문학은 ‘지극히 심오한 시간 낭비’라고 마일스는 말한다. 그는 삶의 어떤 영역을 베껴 썼으며, 왜 기꺼이 시간을 낭비했을까. 문학의 편에 서고 싶은 한 명으로서 궁금하다.”

김정한 뉴스1 기자의 추천

<누구에게나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 한마디가 있다> 정덕현

/서교책방


드라마평론가 정덕현이 수많은 드라마 속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대사들을 골라, 그 안에 담긴 삶과 관계의 의미를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김정한 기자는 이 책을 ‘동료 기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시간에 쫓기고, 마감 압박에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기자들에게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의지를 내어준다”는 것이 그 이유. 다음은 추천사 전문.

“이 책은 쉼 없이 질주하는 일상에 건네는 따스한 쉼표다. 20여 년간 K드라마의 곁을 지키며 대중의 희로애락을 포착해 온 저자는, 스쳐 지나가기 쉬운 브라운관 속 한마디 대사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와 온기를 이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화려한 수사 대신 가슴을 울리는 진솔한 언어들로 채워져 있어, 고단한 현실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더없는 다정함을 선사한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마음 둘 곳을 찾는 현대인에게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곁에 두고 가볍게 읽으며 자신을 치유할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이수연 KBS 기자의 추천

<내가 만든 두려움과 싸우지 말 것> 애나 매서

/윌북

두려움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다. 이수연 기자는 “거절이 일상인 기자로 사는 동료들이 떠올리면 좋을 책”이라면서 “연휴에 한번 더 읽어볼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추천사 전문.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지 않고, 사람들은 제멋대로 오해한다.’ 일터로 나서며 소리내 읊어본다. 이런 씁쓸하고 냉소적인 느낌의 문구가 다 위안이 되다니! 꼭 인터뷰 해야 할 사람은 내 전화를 피하고, 현장 상황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고, 내내 보고했는데도 꼭 엉뚱한 소리를 하는 데스크가 있을 것이다. 인생은 그런 법이다. 거절이 일상인 기자로 사느라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무릎이 꺾이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럴 때 이 책을 떠올려보자.

‘최선을 다해도 실패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다시 봐도 불길한 주문 같다. 하지만 그걸 피하려 ‘노오력’하는 대신 받아들였을 때 무얼 얻을 수 있을지 들여다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제시한 불편한 진실은 10가지. 당연히 다 알고 있는 말인데,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따갑고 유난히 덜컥대며 잘 넘겨지지 않는 대목들이 나온다. 유난히 싸하고 불편한 문장이 있다면 그곳에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 ‘내가 만든 두려움’이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두려움과 싸우는 대신 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무엇을 극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현실적인 훈련법도 제시한다. 연휴를 맞아 다시 하나씩 짚어가며 읽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 진실을 살짝 공개하자면 결국 ‘언젠간 죽을 것이다’. 마침표.”

이준도 중부일보 기자의 추천

<아코디언> 천명관

/창비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피란길에 가족을 잃은 소년 ‘동이’와 거리의 아이들이 아코디언과 노래를 통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이준도 기자는 “고단하고 힘든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도 희망을 피워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동료 기자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다음은 추천사 전문.

“삶이 바닥에 닿았다고 느낄 때, 문학은 무엇을 건넬 수 있을까. 천명관은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그 답을 찾는다. 부모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그리고 생계를 잇게 하는 낡은 아코디언 한 대. 굶주림과 폭력이 일상을 짓누르는 자리에서도 노래는 흘러나온다.

작품은 절망을 바라보면서도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놓치지 않는다. 소설 속 등장하는 음악은 상처 입은 삶이 끝내 잃지 않는 목소리처럼 들린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그 희망이 얼마나 혹독한 현실을 견디며 피어나는지 묻는 이야기는 오래 남는다. 오늘을 버티는 일조차 버거운 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도 내일을 향한 한 소절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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