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원짜리 실력, 420만원짜리 행정력
시민구단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 누적 상금 26억원을 받게 된 광주FC가 역사적인 기록도, K리그1 우승 상금 5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상금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선수 이적 과정에서 선수가 어린 시절 뛰던 팀에 주는 연대기여금 420만원을 못 냈기 때문이다. 26억원의 0.2%도 안 되는 돈이 구단에 없는 게 아니라 실수로 못 보내서였다. 뒤늦게 연대기여금과 벌금을 내면서 FIFA가 내린 선수 영입 등록 징계는 풀렸지만,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재정 문제가 아닌 단순 실수로 징계를 받은 건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한국 조이는 이중 매듭, 단칼에 끊어내야
고르디우스 왕이 지배하던 고대 프리기아엔 전설적인 밧줄 매듭이 있었다.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한다는 예언에 따라 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로부터 20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 이 매듭이 다시 등장했다. 도저히 풀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얽힌 밧줄이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다.매듭을 이루는 한쪽 밧줄은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하며 한 달 새 폭이 80원에 이르렀다. 국제적 불확실성이 국가 경제의 근간인 화폐까지 덮친 상황이다.외신들은 한국이 대만과 유사한 환
기후와, 작별하지 않는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기후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분기점이다. 하지만 후보들이 안고 있는 법적정치적 부담은 기후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게 만든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확정판결은 대선 뒤로 밀렸지만, 사법적 부담은 이어진다.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정치적 상처를 안고 있다. 당의 정통성과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이어지며, 보수 진영 내 결속과 이미지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와중에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가…
한국선 볼 수 없는 코첼라
엄마 사랑해!21일(현지 시각) 미국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에선 이런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자신의 무대를 보러 온 어머니를 향해 외친 말이다. 올해 코첼라엔 제니를 비롯해 같은 블랙핑크의 리사, 7인조 보이그룹 엔하이픈 등 세 팀이 무대를 선보였다. 매년 20만명이 운집하는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에 한국 가수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모습은 전과 달라진 K-팝의 위상을 상징한다.정작 한국에선 K-팝 가수들이 코첼라 같은 대형 무대에 서는 것을 보기 어렵다. 대규모 관객을
AI 스트레스와 1인 1AI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공격 때문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많다. 그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물가와 주식 폭락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니 이쯤 되면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당선 때 등장한 용어인 선거 후 스트레스 장애(PESD)를 다시 거론할 만하다.PESD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정보기술(IT)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인공지능(AI)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매일 이메일로 받는 보도자료를 보면 온통 AI 얘기다. 그만큼 AI가 중요한 시대적 흐름으로 부상했기 때문이지만 더러 개연성이 떨어지는 내용에도 A
회복할 일 자꾸 만드는 민주주의가 위대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지 약 넉 달 만에 파면되고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됐다. 이제 관심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쏠린다. 차기 대통령, 새 정부에 대한 전망과 함께 유력 정치인의 출마 혹은 불출마 선언들로 정치 뉴스가 채워지고 있다.정치권과 언론 모두 장미 대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정치인이라면 대통령을 꿈꾸기 마련, 언론 역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대선 보도는 놓칠 수 없다. 비상계엄 무리수를 둔 정권을 이어받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니 보도의 중요성 또한 어느 때
관세전쟁, 달러, 지정학적 후폭풍
트럼프 발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나라별 상호 관세는 보복관세다. 필연적으로 상대의 반발과 대응을 초래한다. 치열해지면 무역분쟁의 범주를 넘어설 수도 있다. 1920년대 대대적 관세 인상이 대공황을 심화시켰다는 얘기가 또다시 회자하는 이유다. 불황이 가져온 경제적 곤경과 혼란 속에서 극단주의 세력이 성장했고 2차대전이 일어나기까지 국제질서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여파를 주의 깊게 봐야 할 이유다.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상호 관세 시행에 연기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등을 언급하며
고래 싸움에 '선수' 등만 터진다
청운의 꿈을 안고 태극마크를 선택한 푸른 눈의 전사들이 있었다.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귀화 9년 만에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상 첫 국제종합대회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압바꾸모바는 시상대 꼭대기에 선 다음 날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으로 개선한 날에도 마냥 웃지 못했다. 소속팀 감독의 지시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나오지 못 할 뻔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함께 러시아를 떠나 한국의 철인이 된 티모페이 랍신,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는 하얼빈 땅을 밟지도 못했다.이유는 뿌리 깊은 파벌…
연금개혁이 '가난 대물림' 되지 않으려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가난에 대한 삼대(三代)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공동체 정신으로 부모와 가족, 이웃이 함께 주인공 금명이를 키워낸다.하지만 드라마와 달리 현실 세계에선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화두가 사회 분열이라는 정반대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 연금개혁을 두고 빚어진 정당 간 갈등이 이제 세대 간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개혁이라는 입장과 청년 빚폭탄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최저임금이 일자리 줄인다는 낡은 통념
미국 뉴저지주는 1992년 4월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인상했다. 이에 반해 바로 옆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연방 최저임금 4.25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뉴저지주 프린스턴대의 젊은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에겐 흥미로운 실험군과 대조군이 자연스럽게 생긴 셈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기회라 여기고, 두 주 경계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410곳을 조사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고용이 다소 감소한 반면 뉴저지주에서는 고용이 되레 증가했다.캘리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