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전세사기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하는 사회문제다. 전세사기는 피해자 개인이 유달리 부주의하여 발생하는 게 아니다. 주택 임대차 시장 문화 자체가 전세사기 발생의 원인이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관했던 결과다.전세사기 유형을 들여다보면, 주택 임대차 관행의 허점을 파고드는 피해 사례가 대다수다. 전월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모른다고 답한다. 실제로 많은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그 틈을 파고들어 가짜 중개사, 나쁜…
영상물 출연의 어려움
나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기자지만, 라디오에 고정 출연 중이고 가끔 TV 등 영상물에 출연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영상물이다. 기사는 편집자가 고치거나 의견을 줄 때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확인하고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정 출연 중인 라디오도 대본은 내가 쓰고 프로듀서의 의견을 들으면서 녹음한다.영상물이 어려운 건 내 의사와 다른 말이 내 대사로 된 대본으로 올 때가 있어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좌담회 같은 프로그램인데 대본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베스트 3를
칸의 쾌거, 넷플릭스의 배신, 그리고 서브스택의 선전을 해석하는 법
75회 칸 영화제 감독상(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의 브로커는 CJ EM이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하지만 지적재산권(IP)은 제작사와 공동 소유한다. 헤어질 결심의 제작사는 모호 필름.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CJ EM 58% 지분의 자회사다. 브로커의 제작사인 영화사 집은 100%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다.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화제를 모은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JTBC 계열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 투자배급사다. 제작사는 카카오엔터가 81% 지분을 소유한 사나이픽처스다.칸의 쾌거에 얽혀 있는 C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그리고 매체
지난 4월22일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국어과 교육과정의 시안을 발표하는 이 토론회에서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볼 수 있었다. 국어과의 교수학습 내용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과 함께 매체를 공통 교육과정에 신설하는 방향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아직 연구진 수준에서 제시한 의견이지만 문자 교육 중심의 전통적인 국어 수업에서 한 발 나아가 다양한 시각 정보와 디지털 미디어를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제안에 많은 현장 교사
다시 회식할 자유는 주어졌지만
밤마다 술집이 문전성시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들은 자정이 넘도록 불야성을 이룬다. 직장인들의 일정 관리 앱에는 미뤘던 술 약속, 회식 일정이 빼곡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다시 인원, 시간에 제한없는 회식이 가능해졌다.업무 특성상 평소 자주 회식을 하던 주변 언론인들과 홍보실 담당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강제로 회식이 줄어들어 건강이 좋아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맘편히 밤늦게까지 술잔을 돌릴 수 있게 된 지금 상황을 짐짓 반가워하는 눈치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회식이 기다려지는 행사
지금 지역언론에 필요한 건 '다른 시선'
올 초 MBC충북 시청자위원회 공모에 지원했다. 민언련에서 일하면서도 언론사 시청자위원회에는 속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언론에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다. 발표 결과를 전달받았는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위원회 정원이 10명에 달했고, 선발 과정도 노사 동수의 합의로 구성하는 방식이었다.결정적으로 공모요강과 운영규정에 쓰인 시청자위원의 자격이나 책무 등 모든 것이 내가 업으로 삼아 늘 하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전국민언련네트워크의 여러 활동가들이 다양한 언론사에 시
누구를 위한 매장 폐쇄인가?
신문이라는 재래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많이 얻으면, 신문은 강력한 여론 영향력을 얻었고, 공장도 새로 짓고 직원들 자녀 학자금도 넉넉히 줄 수 있었다. 한때 그랬다. 디지털 시장에서 신문은 재래시장에서 얻었던 영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영향력을 얻으려면 차라리 유튜버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포털이라는 플랫폼이 규칙을 정한다. 신문이 직접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고객들은 울긋불긋 남 보기 민망한 세움 간판에 낚시하듯 현혹하는 줄 광고에 질려서 다시 오지 않는다.신문은
언론, 지하철이 멈추지 않게 하라
서울 지하철이 장애인들의 시위 속에 운행을 중단하는 일이 잦아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해소되지 못하고 사회적 염증으로 커져 버린 것이다. 갈등과 분열을 내재할 수밖에 없는 사건에 언론은 올바르지 못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청 코너에 장애인을 세우고 홍 코너에는 정치인, 비장애인, 서울교통공사를 번갈아 세워 갈등만 더 극적으로 중계하는 방식으로 언론은 본질을 누락하고 있다. 시위의 동기와 요구 사항, 그리고 시위를 진짜 멈출 수 있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논의나 그 가능성과 진행 상
그 많은 보증금은 누가 다 먹었을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지만 세입자는 그럴 수 없다. 계약 전에 여기가 내 보증금을 떼어먹지 않을 안전한 집인지 확인하는 돌다리 두드려보기 과정을 한국의 주택임대차시장은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미납국세, 선순위 확정일자 등 추가로 알아야 하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니, 이 집이 정말 안전한 집인지 알기 어렵다. 세입자 스스로 등기부등본을 보는 방법을 익혀본다고 해도, 반쪽짜리 해답에 불과한 이유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여 혹시 모를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언론에 별로 안 나오는 한일 문화인 교류
4월28일부터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는 올해의 프로그래머 연상호 감독도 나왔다. 연상호 감독은 대히트 영화 부산행(2016)이나 작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옥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감독이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5편의 영화를 선정할 수 있는 게스트 프로그래머다. 연 감독은 2편은 자신의 작품 중에서 선정해야 했다며 부산행과 장편 데뷔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골랐고, 나머지 3편 중 2편은 일본영화를 선택했다.하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다. 봉준호 감독도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