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입법, 더 미루지 말라
80년 5월 광주를 기억한다. 언론은 시민 편이 아니었다. 진실이 권력의 총칼에 가려졌다. 고립된 광주 시민들은 신군부에 맞서 외롭게 항쟁을 벌였다.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41년이 지난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 정치권력과 언론 사주권력으로부터 언론 독립을 이뤄냈는가. 임기가 1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언론개혁 약속을 지켰는가.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약속한 언론개혁 공약은 지금 공허하다. △언론 독립성 보장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제작편성과 경영분리 △방송의 자본 독립 △지역방송신문 지
시대에 역행하는 언론사 주최 미인대회
뉴스룸은 매일같이 성차별과 혐오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와 기획물과 외고를 쏟아내는데 콘텐츠 지향점과는 다른 정반대의 사업을 운영 중인 것은 큰 모순이다.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와 젠더위원회가 지난 12일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미스코리아 대회 사업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최근 미스코리아 서울 예선에서 2년 전 폐지하기로 했던 수영복 심사가 부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참가자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무대에 서지는 않았으나 비키니 영상 화보가 상영됐다. 수영복 심사를 없앤 첫해인 2019년 대회에서는 전년도 수상자들의 한복…
공짜 뉴스의 나라,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한겨레
한국은 주요20개국(G20) 중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기사 한 건 값이 제로에 수렴하는 국가다. 모바일 또는 기타 환경에서 기사를 읽으면서 그 기사 자체에, 직접 온전한 방식으로 구독료를 지불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짜 점심은 없다지만 공짜 뉴스는 있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이다. 독자들 탓만 할 게 아니다. 기형적 포털 시스템이 핵심이지만, 언론사들 역시 매일의 숨가쁜 사이클을 핑계로 미래 설계를 손 놓고 있는 탓도 크다.뉴스 유료화라는 지극히 당연한 과제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또는 미션 임파서블처럼 돼버린 작금의…
포털 특별심사, 지역언론 차별의 면죄부 아냐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최근 지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1개 언론사씩 포털 입점을 보장하는 지역매체 특별심사 규정을 의결했다. 인천경기, 강원, 세종충북,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전북, 광주전남, 제주 등 9개 권역별로 심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역언론 1개사에 네이버카카오 콘텐츠제휴사(CP)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세부 심사 일정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올해 하반기쯤 지역언론 9개사는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고 광고료를 받는 콘텐츠 제휴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포털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된 여론지
'가짜뉴스 탓'으론 해답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 집단면역에 6년 4개월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짜뉴스 맞습니까?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남기 부총리에게 물었다. 전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홍 부총리는 네라고 답한 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잘못된 뉴스라고 덧붙였다.서 의원은 가짜뉴스를 사실이 아닌 뉴스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라는 말이 이제 그 본뜻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됐음을, 그리고 정치적사회적으로 다양한 용례가 있음을 인정한다 해도 서 의원의 가짜뉴스 발언은 적절치
젊은 기자들 이직, 언론계 무겁게 받아들여야
여러 가지 현상들이 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경쟁은 치열하고 독자의 신뢰는 하락했으며 기사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이 일부 언론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추가된 위기의 신호는 기렉시트다. 기자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를 합친 신조어는 사양산업이라는 에두른 정의보다 언론의 현실이 체감적으로 다가온다. 기자들의 전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기렉시트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과거 다른 업계로 이직한 기자들은 그동안의 언론사 경력을 디딤돌로 제2의 인
임명동의제는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SBS 사측이 지난 2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를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다.사측은 사내 알림글에서 회사가 임명동의제 삭제를 요구한 것은 노조의 일방적 1013 합의 파기로 인해 경영진 임명동의제의 근거가 없어진 데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전 세계에서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시행하는 방송사나 기업은 회사가 파악한 바로는 없다며 그럼에도 SBS가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수용한 것은 윤창현 노조위원장이 대주주를 포함한 전 현직 사장들과 경영진 등 십 수 명을 검찰에 고발하겠다
달라진 것 없는 보궐선거 보도, 언론도 고민해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有故)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에 따른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7일 치러진다. 새로 뽑히는 시장의 임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도와 제2 도시를 책임지는 단체장 선출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정치적 비중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주요 정당들이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점, 여러 정당들이 내년 대선에서 내놓을 정책의 청사진을 사전에 유권자들에게 공개하는 선거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단체장의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로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기레기' 댓글 무죄 판결, 무엇을 말하나
기레기 댓글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 기레기 표현에 대한 첫 대법 판결이 나왔다. 인터넷 기사에 기레기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지난 2016년 이모씨는 자동차 관련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이씨는 홍보성 기사라고 비판하며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표현을 썼다. 기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1심과 2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씨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결국 무죄 취지의 결과를 받아낸 것이다.대법원도 기레기가 모욕적 표현에 해당
부끄러운 민낯 드러낸 '부수 부풀리기'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한국ABC협회의 사무감사 결과 얘기다. 문체부의 감사 결과 실제 신문 유료부수는 그간 공시된 수치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정도로 나타났다. A신문사의 2019년 유가율은 협회 자료에선 95.94%였으나 문체부 조사결과 평균 67.24%였다. BC신문사 역시 실제 유가율은 각 58.44%와 56.05%로 절반 정도에 그쳤다. 사실 부수 부풀리기는 곪을 대로 곪았던 부끄러운 비밀이다. 비단 이 3개사만이 문제일까.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할 때다.한겨레의 성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