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스포츠 기자로 살아보니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기자들이 사상 초유의 일을 겪었지만 스포츠 기자는 특히 더했다. 온 세상 스포츠가 멈춰버린 까닭에 취재할 현장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뉴스는 온갖 종목들의 대회 중단과 연기 또는 취소 소식 뿐이었다. NBA 중단, 챔피언스리그 중단, NHL 중단, 골프 마스터스 연기, 윔블던 취소, 메이저리그 개막 연기,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개막 연기…. 도쿄 올림픽이 124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가 한 해 미뤄지며 화룡점정을 찍었다.그럼에도 스포츠 기사의 총량을 유지하려니 일수 막기 급급한 빚쟁이 꼴이 됐다. 예
빛바랜 첫 마음에 손전등을 켭니다
나이 마흔을 갓 넘긴 그는 코로나19로 텅 빈 극장 안에서 마스크 안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아이처럼 울었다고 했다. 영화가 꼭 자기 이야기 같아서란다. 조직의 부속품으로 녹슬어가기보다는 지금이라도 꿈꾸던 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퇴사 계획도 착실히 세웠다. 당장 호주머니 절반이라도 채울 수 있는 파트타임 자리, 들어오는 돈은 적어도 사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수소문했다. 사직서를 던졌다. 모든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를 떠난 지 채 넉 달이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는…. 일은 곧 끊겼고 그
마스크 사용 지침 마련, 지금이 적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쳤다. 마스크 착용과 비대면이 일상이 돼 외식도 마음 놓고 못한다. 타의적인 집돌이가 됐고 대중 교통·시설 이용이 꺼려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KF 마스크를 구하러 약국을 전전했고 온라인을 이 잡듯 뒤져 평소보다 비싼 가격에라도 사야만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가 남의 일만은 아닌 듯 했다.이런 와중에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사용 권고안은 그야말로 코미디였다. 감염증 유행 초기만 해도 KF94 마스크를 권장하고 재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한 정부 부처가 마
‘동학개미운동’ 기대 혹은 불안
요즘 증시의 최대 이슈는 ‘동학개미운동’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기록적인 순매수세를 일컫는 신조어인데, 2월 말~3월초 즈음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하다가 이제 방송뉴스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필 ‘동학’운동일까. 동학농민운동의 의병들은 우금치전투에서 일본의 개틀링 기관총에 쓸려 나가며 처절한 패배로 끝났다. 아마 동학농민운동이 조선 관군과 일본 연합군에 맞섰던 점과 국내기관 및 외국인투자자의 동시 매도 속 개인들이 나홀로 순매수에 나선 상황 정도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의미
형사사건 공개 또는 피의사실공표의 이중 기준
“(2월) 4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의 송(철호) 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황(운하) 전 청장의 만남 제의에 송 시장이 핵심 측근에게 ‘만나볼까’라고 묻자 이 측근은 ‘송병기 전 부시장이 모아 놓은 김 전 시장 비위 자료를 (황 전 청장에게) 줘보이소”라고 답변했다.“ -2020년 2월5일 동아일보“지난주 (검찰의)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간부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공소장을 입수해서 봤더니 해경 상황실은 123정과 헬기에 설치도 안 된 시
코로나 대처서 돋보인 한민족 지혜, 사태 후에도 빛나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지구촌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는 중에도 우리 한민족은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확실히 그렇다.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은 국경 통제나 입국 금지 같은 극단적 조처 없이 개방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진단키트 보급과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워크스루(Walk through) 같은 독창적인 검사법 도입으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비상식적인 일부 종교단체를 제외한 대다수 시민은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는 파탄이고 우리 경제는 망할 거라는 분들에게
‘이런 추석은 처음’이었다가, ‘이런 설이 처음’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이런 불경기가 처음’입니다. 자영업은 대란, 중소기업은 몰락, 경제는 파탄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골프장은 손님이 넘쳐납니다. 회원권 가격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7000만원이 넘는 현대차의 GV80은 10일 만에 2만대가 팔렸습니다. 벤츠는 더 잘 팔립니다. 지난해 7만8000대, 7조원어치가 팔렸습니다.(덕분에 우리 국민은 이제 K5보다 벤츠 E시리즈를 더 많이 탄다) 참 이상합니다.그런데 어렵고 망한다는 업종들 대부분이 재래업종들입니다. 치킨집에서 방직
언론서 더 많은 여성 전문가를 보고 싶다
50일넘게코로나19사태를취재하며보도하고있다.매일질병관리본부의브리핑을 보며미지의영역최전방에선정은경본부장의입을쫓는다.기자들이쏟아내는질문을꼼꼼히적어뒀다가군더더기없이설명하는그의모습은이미여러보도를통해호평을받은터다.국가적·세계적재난상황에서이를판단하고분석하며이끄는이가여성인 게 사뭇새롭게느껴진다고,이런여성의모습을볼수있어다행이라고동료기자몇몇과이야기를주고받곤했다. 취재하면서여성전문가를만날일은남성을만날기회에견주면아직도매우적다.당장언론에서여성전문가의목소리를얼마나마주하는지떠올려보라.그나마여성이슈를포함한시민사회계나문화예술분야를덜어내면그수는더욱줄어든다.정치·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2010년 언론고시를 한창 볼 당시, 단골 논술 주제는 ‘뉴미디어 시대 언론의 역할과 과제’였다. 2020년, 기자가 하는 일은 10년 전 수습 티 풀풀 나던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뉴스 소비 형태는 지난 10년간 무섭게 변했다. 신문과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궁금한 뉴스를 검색, 골라서 본다. 언론사는 치열한 데스크 회의 끝에 아이템과 순서를 정한다지만 이는 ‘기자 생각에 중요한 뉴스’ 서열을 매긴 것일 뿐이다. 필자 개인 유튜브에 “한국 언론의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영상을 올려 구독자 의견을 구했다. 100개가 넘는
미안하다고 말 해
50년 전 달 탐사를 떠난 아폴로 13호의 산소 탱크가 터졌을 때, 우주비행사들이 미국 휴스턴에 있는 NASA 관제센터를 향해 외쳤다. “Houston, We’ve had a problem(휴스턴, 문제가 생겼다.)”휴스턴에 문제가 또 생겼다. 이번엔 야구다.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사인 훔치기’를 일삼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불법엔 쓰레기통부터 카메라까지 온갖 수단이 총동원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조사 결과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외야 펜스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해 상대 팀 사인을 간파한 뒤 타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