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사막의 사실과 진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은 자박자박한 물 위에 푸른 하늘이 그대로 비춰 마치 하늘 위에 있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비가 오지 않아 하늘을 반사시켜 줄 물이 없었다. 사방은 온통 쩍쩍 갈라진 메마른 소금밭 뿐. 투어 가이드의 능력은 넓디넓은 소금사막에서 물이 있는 곳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어떻게든 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 해줬다.”우유니 사막은 건기에는 물이 없어 하얀 소금밭이고, 우기에는 우중충한 회색빛일 때가 많다. 사진에서 보는 환상적인 우유니 풍경은 우기인 12월~3월 중에서도, 비가 온 직후
‘소스 해킹’과 언론
2018년 4월23일 토론토 도심에서 인도로 폭주한 트럭에 시민 10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스물다섯살의 범인은 범행 몇 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셀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글귀를 남겼다. 이튿날 뉴욕타임스는 ‘인셀이 무엇인가(What is an Incel?)’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비자발적인 금욕주의자(Involuntary Celibates)’의 약어인 인셀은 여성혐오를 넘어 공공연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장하는 남성우월주의자들의 결사체다.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시민들에게
바이러스와 혐오장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중국인, 아시아인, 중국계 이주민에 대한 혐오·차별이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식명칭이 보여주듯 이 바이러스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위협인 반면 인종주의와 제노포비아(xenophobia)에 기반한 혐오·차별은 오래된 위협이다. 전염병 발생 시기에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담론이 강화되고 이러한 담론이 인권 침해를 낳은 사례는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다. 바이러스 감염은 인종이나 국적을 구별하지 않지만, 제노포비아는 자신이 속한 내(內)집단(‘우리’)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외(外
미디어 업계의 ‘난폭운전’
불법·편법 논란을 떠나 ‘타다’ 서비스는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승차거부와 난폭운전에 지친 승객들은 요금을 더 내더라도 타다를 불렀다. 타다가 일반 택시에 비해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인센티브(급여) 체계다.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승객을 태워야 사납금을 채운 뒤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택시 기사들과 달리, 시간제 급여를 받는 타다 기사들은 승차를 거부할 이유도, 난폭운전을 할 이유도 없다. 미디어 업계에도 ‘난폭운전’이 존재한다. 실시간 검색어(‘실검’)로 기사를 쏟아내는 ‘어뷰징’이다. 포털 업계 관계자들은
쓸모있는 보도 준칙을 만들자
지난 여름, 영국 BBC 본사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새 제작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각 부서에 배치됐다. 390쪽에 달하는 이 책은 한 손으로 들기 부담스러운 무게였는데, 담긴 내용의 디테일은 더 무시무시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범죄자를 인터뷰하거나 내용을 재구성 혹은 극화할 때 생존 피해자나 고인의 직계 가족과 접촉해 보도 계획을 알려야 한다. 경찰 등 중재자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고지를 받고, 우리에게 접촉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8조 3항 7호, 피해자 보호 중) “사전 약속 없
2020년에도 똑같은 언론
신년 벽두에 실시된 JTBC 신년특집 대토론회를 보면서 예감할 수 있었다. ‘아 올해도 작년하고 다를 바가 없겠구나’, ‘하던대로 하겠구나’. JTBC의 안일한 토론회 준비가 가장 눈에 띄었다.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토론회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자. 직함은 생략하겠다. 유시민, 진중권, 전원책, 이철희, 박형준…. 십여년째 무슨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패널들이다. 정치개혁 토론은 ‘썰전 외전’을 보는 줄 알았다. 이들은 정치권 언저리에 있던 50~60대 남성들이다. 한국사회의 기득권을 상징하는 얼굴이다. 그나마 이창현, 정
의도된 오보
사람들은 세상이 더 나빠져 간다고 말하지만 알고보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할 때가 많다. 가짜뉴스 논란 같은 것도 그렇다. ‘검찰발 가짜뉴스’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오늘이다. 국가기관인 검찰과 ‘가짜뉴스’의 조합은 낯설다. ‘가짜뉴스’란 표현이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것을 우려해 정의를 좀 더 명확히 하자는 주장도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뉴스의 형식으로 포장해 신뢰성을 부여하고 혐오에 기반한 정치를 재생산하는 사례만을 가짜뉴스라고 부르고 이것을 규제하자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관료적 해법을 서둘러 마련하기 전에 다음과 같
‘골목식당’ 떡볶이와 ‘거리 노래방’
‘기자협회보’ 칼럼은 주 독자가 기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쓴다. 어느 송년회 자리에서 한 기자가 “올해가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곤욕을 치렀던 터다. 올 한 해 기자들은 많은 욕을 먹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기자의 잘못 또는 실수로 인한 합당한 비판도 많았지만, 때론 판단이 어려운 논란의 영역도 있었고, 일부는 사실관계가 틀린 일방적 매도도 꽤 있었다. 그러나 생산자의 정당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헛된 시도보다는 소비자의 심사를 먼저 살피는 게 공급자가 갖춰야 할 도리이자, 현명한 처사라 생각한다. 언론
그림에 목매는 취재 관행
스페인에 있는 피카소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사물을 세밀하게 묘사한 스케치다. 그림 기법을 완벽히 파괴한 입체파 거장이 되기 전, 피카소는 화가인 아버지 밑에서 데생, 소묘 등 기본기를 익혔다. 대부분 미술대학은 신입생에게 스케치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기본기가 있어야 비로소 ‘그림’이 나온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재난보도가 손가락질 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재난보도 준칙이나 언론 윤리 같은 기본기를 등한시 한 채 ‘명작’만 꿈꾼다. 재난방송의 패착은 특종, 단독 또는 얘깃거리가 되는 ‘그림’ 찾기에 지나치게 목을 매는 데
뉴스를 평가하자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작금의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언론의 뉴스 생산 관행(예, 클릭 수 늘리기)과 포털이 지배하는 뉴스 유통 구조가 정상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자율 심의·규제 기구의 다양한 시도는 언론의 좋은 저널리즘 실천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털도 기업의 특성(뉴스 생산이 아닌 매개 역할)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제도나 법률적으로 논의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근거의 부족’을 핑계로 뉴스의 사회적 책무 실천에 매우 미온적이다. 매스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는 뉴스 시청이나 구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여 뉴스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