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박삼구 사태와 황제경영의 종식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 실패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퇴진으로 촉발된 ‘조양호·박삼구 사태’가 한국경제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1997년 외환위기 때 30대 재벌 가운데 절반이 문을 닫으며 이른바 ‘대마불사 신화’가 무너졌다. 재벌의 무리한 외부 빚에 의존한 차입경영, 핵심분야가 아니어도 돈만 되면 무조건 뛰어드는 문어발식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없이 경영권을 승계한 재벌 2세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곪아 터졌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도 한국 기업의 주가가 외국 기업에 비해 저평가 되는 이른바…
대통령의 혼밥과 식사 소통
식구(食口)는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다. 친구를 뜻하는 companion의 라틴어 어원도 ‘빵(pan)을 함께(com) 먹는 사람’에서 유래했다. 이처럼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단순한 식사(食事) 행위를 넘어서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 철학과 미학, 미디어 이론의 선구자로 꼽히는 발터 벤야민은 “음식은 나누고 함께 할 때 비로소 음식다워지고, 먹는다는 건 공동생활 속에서만 정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공적 소통’의 핵심 장으로 식탁의 중요성을 설파한 대목이다.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 사회는 ‘함께 먹는 것’에…
대한민국 최고액 보석금은 얼마일까
한국에서 ‘억대 보석금 시대’가 열린 건 지난 1997년이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곽정환 당시 합동영화사 대표는 “세무공무원에게 법인세 5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보석금 1억원을 내고 풀려났다. 곽 대표는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 당일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을 법원에 냈다. 종전 보석금 최고액은 사기 혐의를 받던 김모씨가 부산지법에서 낸 현금 5000만원이었다.대법원 전산정보국에 따르면 2003년에 사상 최고액 보석금이 나왔다. 당시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
영화 ‘항거’와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100’이라는 숫자에는 어떤 완결성이 있다. 민족에 별 감흥 없는 나같은 사람도 괜스레 기념하거나 참견하고 싶어지는 어떤 낯간지러움을 느낀다. 그러니까 영화 항거나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예매해놓곤 ‘국뽕’을 걱정하면서도 결국 보고야 마는 식이다. 항거 속 유관순은 홀연히 나타난 ‘초인’이 아니다. 영화는 유관순이라는 탁월한 개인이 아닌, ‘유관순들’의 이야기를 낯선 방식으로 직조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위인 유관순과 3·1 운동의 전사를 과감히 뛰어넘고 그 다음으로 거침없이 직진한다. 영화에서 독립운동은 주변적이다. 서대문형무소 여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던진 메시지
중국산 동영상 앱 틱톡(Tik Tok)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출범 3년 만에 전 세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10대들에겐 페이스북, 유튜브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틱톡은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이단아다. 실리콘밸리에 젖줄을 대고 있는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플랫폼과 달리 틱톡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신생업체 바이트댄스가 2016년 첫 선을 보인 동영상 전문 앱이다. 올라오는 영상도 파격적이다. 틱톡은 영상 길이를 15초로 제한했다. 동영상 플레이를 시작하면 15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전통적인 기승전결을 따질
이탈리아 야구 선수처럼
국제적 저변이 약하다는 이유로 야구가 올림픽에선 찬밥 신세다.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야구가 빠진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나라가 야구를 하긴 한다. 축구라면 죽고 못사는 유럽까지 야구는 퍼져있다. 이탈리아나 영국처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가 많은 나라를 비롯해 체코,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등에도 야구 리그가 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도 참가한다. 물론 인기는 없다.이탈리아는 3부리그 축구 선수도 연봉 1억원이 넘는다. 축구 선수와 결혼을 꿈꾸는 미녀도 줄 섰다. 그런데 굳이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3년 전 한화…
펠로시 발언과 대미 외교 역량 강화
지난 12일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 의장이 한국 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제기해 충격을 안겨줬다. 발언 요지는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에서도 성과가 없을 것이고, 북한은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 무장 해제를 원한다는 믿음이다. 펠로시 의장의 인식과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와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펠로시 발언이 나온 배경을 보면, 미국의 전통 엘리트 인식을 그대로
‘갑질 도우미’로 전락한 법원과 법치주의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31일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준용)는 현대차 2차 협력사인 태광공업 전 경영진인 손영태 전 회장과 손정우 전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 혐의로 징역 2년6개월과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부자 간인 두 사람은 재판 직후 포승줄에 묶여 같은 호송차에 올랐다. 아버지인 손 전 회장은 70대 고령으로 병치료를 받아왔다. 이를 지켜보던 한 중소기업인은 “이렇게 가혹할 수 있느냐”며 눈물지었다. 한 법조계 인사도 “재벌총수가 수천억 규모의 불법비리를 저질러도 부자에게 모두 실형선고를 하는 일은 없다
‘달콤한 선악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미국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불문율로 통했던 ‘월스트리트 룰(Wall Street rule)’이 시류에 맞춰 전향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룰은 투자대상 회사가 부적
이영자에게 배운 ‘몸값’의 의미
기자 초년 시절, 부장에게 꾸지람 듣고 뿌루퉁해 있을 때면 선배들이 말했다. 욕먹는 것도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지시를 받거나 불편한 식사 자리에 불려갈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있는 부산물이겠거니 참고 넘겼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이영자의 일화를 듣고 몸값이 뭘 뜻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한때 다이어트 광고 논란(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사과)으로 방송을 접었던 이 코미디언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연말에 KBS와 MBC에서 여성 최초로 연예대상 2관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