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절제
올해 들어 위안부 문제와 언론자유를 둘러싸고 보수우익 시민단체와 위안부 기사를 작성한 기자 사이에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패전 70주년을 맞아 과거를 부정하려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을까 우려된다.지난 2월까지 제기된 관련 소송은 4건. 이중 2건은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자신을 비방한 주간지와 해당 주간지에 코멘트한 대학교수, 기고자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우에무라씨는 1월9일에 슈칸분슌을 상대로 1650만엔의 손해배상과 사죄기사 게재를, 2월10일에는 신쵸샤 등 3개 주간지를 상대로 165
오바마 애국자 논쟁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국자인지를 놓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직설화법으로 유명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지난 18일 뉴욕의 한 정치 관련 행사에서 “오바마는 미국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적이 있는 줄리아니는 오바마가 이달 초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슬람국가(IS)처럼 종교의 이름으로 끔찍한 폭력을 저지른 것은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타 종교를 비난하기에 앞서 중세의 십자군전쟁과 종교재판, 미국의 노예제와 인종차별이 기
IS가 잔인해지는 이유
지난달 파리 테러 사건 당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이스라엘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던 일부 유대인의 시각이었다. 우파와 좌파 진영에서 각기 다른 비판이 제기됐는데 결국 요지는 비슷했다. 파리 시민, 나아가 유럽인이 위선적이라는 것이었다. 강성 우파 유대인은 “펜을 들고 언론인의 죽음을 애도했던 파리 시민이 왜 인질극에 희생된 유대인의 죽음에는 침묵하느냐”고 비난했다. 파리 테러범은 언론사 테러 이후 유대인이 몰리는 유대 율법(코셔) 식품점을 노렸다. 이 과정에서 4명의 유대인이 살해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파리 행
아르헨 대선정국 중심에 선 특별검사 의문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에서 1994년 7월18일 폭탄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중남미 최악의 테러로 기록돼 있는 이 사건으로 85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이란이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를 이용해 테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란 당국은 부인했고 용의자로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2004년부터 폭탄테러 사건을 조사해온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니스만 특별검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엑토르 티메르만 외교장관 등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확보하려고…
반성하는 중국
‘36명 압사’ 중국 베이징(北京)에 주재하고 있는 전 세계 기자들이 1월1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정신 없이 작성해 보낸 기사 제목이다. 2014년 12월31일 밤 11시35분 중국 상하이(上海)시의 유명 관광지인 와이탄(外灘)에서 새해맞이 행사 차 몰려든 인파가 뒤엉키며 대참사가 빚어진 것이다.와이탄은 세계 건축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상하이의 역사와 독특한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황푸(黃浦)강 서쪽 강변가의 명소이다. 이곳에 서면강 건너편으로 둥팡밍주(東方明珠) 탑을 비롯 푸둥(浦東)지구의 고층 빌딩들을 한 눈에 볼 수…
풍자 개그도 허락 않는 NHK 회장
NHK가 지난 3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인을 소재로 다루지 말라고 압력을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명 개그맨 콤비 ‘폭소문제’가 TBS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NHK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방송회의에서 정치인을 타깃으로 한 풍자개그 내용이 전부 거부당했다고 폭로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인은 지난해 말 정치자금 부정의혹으로 사임한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이다. 오부치 의원은 자신의 얼굴을 인쇄한 와인을 선거구 주민에게 나눠주고, 정치자금 수사를 위한 가택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드릴로 파괴한 의혹을 받고 있다. ‘폭소문
한 논설위원의 특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난해 12월17일 대 쿠바관계 정상화 발표 내용은 그로부터 두 달여 전인 10월12일자 뉴욕타임스의 사설 ‘오바마는 대 쿠바 금수조치를 끝내야 한다’의 내용과 흡사하다. 오바마 발표문은 쿠바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 변화시킨다는 미국의 오랜 정책이 실패했으며, 오히려 그런 정책이 쿠바 인민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논리에서부터 대사관 설치, 쿠바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한도 증가,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쿠바 내 사업 기회 확대, 이민·해상순찰 협력, 쿠바감옥에 수감된 미국 원조기관 직원 석방 등 구체적 협력 내용
7년만의 장관급 방문
지난 11월 새로 부임한 이건태 주(駐)이스라엘 대사가 최근 신임장을 받기 위해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을 찾았다. 이 대사는 그 자리에서 “언제 한번 한국도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의례적 인사말이었다. 이말을 들은 리블린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내 전임인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2010년 한국을 방문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1기 임기 때 방한했다. 한국은 어떤가? 내가 어떻게 또 한국을 갈 수 있겠나?”의전(儀典)을 중요시하는 외교 관례상 한국 대통령의 답방(答訪)이 없었는데 본인이 또다시 한국에 갈 수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와 중남미 좌파정권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정상화 선언은 중남미 지역 전체로 봐도 신선한 충격이다.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마땅히 축하할 일을 찾지 못한 채 연말을 맞던 중남미 정상들은 뜻밖의 소식에 환영사를 연발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국교 정상화 선언이 나오던 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베네수엘라·볼리비아 정상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용기 있는 행동’으로 치켜세웠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
100년 남수북조와 5년 4대강
지난 12일 오후 2시32분(현지시각) 중국 허난(河南)성 시촨(淅川)현 단장커우(丹江口) 저수지 댐의 수문이 열리며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물이 인공 수로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수지에 모여 있던 창장(長江)의 지류 한장(漢江)의 물은 수로를 따라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 등 17개 시와 100개 현을 거친 뒤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으로 흘러갔다. 중국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끌어다 쓰겠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의 3개 수로 중 1432㎞의 중선(中線)이 통수(通水)됐다. 만성 물 부족에 시달려온 2000여만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