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그리고 집
한때 우리에게 내 집은 ‘성공’과 ‘노후 대비’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내 집을 마련해 집들이를 한다는 것은 ‘잔치’였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어느새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빚쟁이’와 같은 말이 됐고, 최근엔 집을 그저 잠시 거주하는 곳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아졌다.한때 투자와 투기를 연상시켰던 ‘집’이란 단어는 이제 ‘스위트 홈’과 더 가깝다. 집을 사기도 어렵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2030세대는 그래서 ‘현재의 필요’와 ‘삶의 질’에 주목한다. 머나먼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다가 좌절하기보다는 당장 가까이 있는…
일본 미생(未生)들이 투표를 포기한 이유
14일 끝난 일본 총선에서 아베 정권이 압승했다. 전체 475석 가운데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325석(자민 290석·공명 35석)을 쓸어담았다. 연립여당의 의석이 ‘3분의 2(317석)’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는 2012년 집권 이후 우경화 노선으로 주변국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온 아베 총리가 이제 평화헌법 개헌까지도 밀어불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부분의 언론은 제1야당인 민주당이 표심을 끌어당길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을 선거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故 김기원 교수님을 기리며
진보경제학계의 중진학자인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가 지난 7일 지병으로 향년 61살의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은 생전에 많은 경제 기자들에게 좋은 인터뷰 상대였다. 특히 필자에게는 스승과 같은 분이었다. 김 교수의 타계가 안타까운 것은 단순히 개인적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사회가 그 분의 가르침을 꼭 필요로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좌·우,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 의해 질식하기 일보직전이다. 모든 정치·경제·사회 문제가 저열한 편싸움 속에서 해법을 못찾고 표류 중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강조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직성
바르가스 요사, 잉카와 우주인 그리고 인간
3년 전인가 멕시코 과달라하라 도서전에서 노벨 문학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혼자 피식 웃었다. 이 페루 출신 작가의 치정이랄까, 불륜이 떠올라서다. 먼저 노벨상을 받았고 올해 초 세상을 떠났던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와의 해프닝이었다. 1976년 멕시코 한 극장에서 마르케스는 요사에게 주먹을 날렸다. 여덟 살 많은 마르케스의 부인을 찾아가 수작을 걸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페루 출장을 다녀왔다. 기자에게는 우선 요사의 나라였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역시 잉카 문명과 나스카의 나
왜 그들은 당연히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학창시절 내가 제일 부러웠던 건 ‘어떤 것’을 하지 않으면서도 ‘아무 꾸중’도 듣지 않던 친구였다. 당연히 해 왔어야 할 숙제를 내지 않았는데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친구의 변명에 선생님은 그냥 넘어갔다. 마땅히 했어야 할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시험 성적이 바닥이었는데도 선생님은 친구에게 ‘공부를 하라’고 꾸짖지 않았다. 내 기준으로 친구는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았는데 불이익이 전혀 없었다.십여년 시간이 흐른 요즘도 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한숨을 쉴 때가 많다. 물론 그 때처럼 부러운 건 아니다.…
단통법과 복합할부금융
1차선 외길 도로에서 택시 두 대가 맞닥뜨렸다. 멈춰선 택시는 어느 쪽도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미터기 요금은 차곡차곡 올라가고 택시는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양쪽 택시에 탄 승객만 속이 타들어간다. 마침내 두 택시는 서로 조금씩 차선을 벗어나 비켜가기로 했는데 때마침 나타난 교통경찰이 차선을 벗어나는 순간 딱지를 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최근 논란이 된 두 가지 이슈를 빗댄 이야기다. 바로 복합할부금융과 단통법. 내막을 설명하자니 하도 복잡해서 비슷한 상황을 우화로 연출해 보았다.단통법 논란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보조금…
아직도 바라만 보니? 난 예술한다
# 덩그러니 맞닥뜨린 하얀 캔버스. 선을 그렸다 지워가며 바닥이 뚫어질세라 스케치를 하고, 비로소 채색에 들어간다.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색은 하나도 없다. 파란색에 검은색을 조금 섞고 하얀색을 더 섞자, 오묘한 푸른빛 회색을, 흰색에 빨간색 여기에 연한 노란색을 한 방울 더하자,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정도의 따스한 분홍색으로 변신한다.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이름도 없는 갖가지 색의 향연을 즐기며 ‘붓질’을 하는 동안은 이른바 ‘멍 때리기’의 연속이다.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 공간에 흐르던 음악 소리가 들리면서 잠시 접어놨던 고민이…
최고존엄이 존재하는 나라들
어느 사회나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나 터부는 존재한다. 대개는 민족이나 종교, 역사적 인물 등이 그런 대상이다. 하지만 때로는 현재 살아 있는 인간이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되는 경우도 있다.그것을 가장 잘 구현한 사회가 북한이다. ‘최고존엄’이라는 단어는 근래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다. 우리언론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일 경우 북한의 모든 선전매체와 군부는 어김없이 최고존엄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남한 신문사들의 회사명과 주소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불바다
개헌이 이뤄지면 경제가 살까?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개헌을 둘러싼 내홍으로 시끄럽다. 경제담당 기자로서 정치적 이슈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번 개헌 논의는 경제계에서 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개헌론자들이 말하는 개헌의 필요성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사회가 철저한 진영논리에 빠져서 지금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다.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이기 때문에 권력 쟁취전이 발생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식으로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총리가 내정을 맡는) 이원집정부제로 권력을 분점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사이버 검열 파문이 억울하다는 검찰
검찰이 ‘사이버 검열’ 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안’을 발표한 것이 지난달 18일.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뇌리에 이미 사이버 검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깊숙이 새겨진데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은 쉽게 진화될 것 같지 않다.검찰은 무척이나 억울해 하고 있다. 논란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진화를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결국 “카카오톡과 같은 곳은 실시간으로 감시할 생각이 없었고 그럴 능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