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속 진실찾기
최근 우연히 법정에 들어갔다가 관심을 갖게 된 사건이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본 27살 어린 15세 여중생에게 “연예인 할 생각이 없냐”고 접근해 임신까지 시킨 파렴치범 사건이었다.필자가 법정에 들어간 날은 항소심 결심공판이었다. 이 40대 남성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자신은 그 27살 어린 여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내 자식으로 기를 것이라고 했다. 남성은 눈물을 쏟으며 재판장에게 하소연했다. 피해학생의 부모가 문제가 있어 아이가 가출을 한
공직사회 죽이기? 아니 살리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 방안에 포함됐던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의 7월 국회처리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그동안 소극적 자세를 보이던 새누리당이 최근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그 가족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과 직무 연관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에는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바…
문학평론가의 베스트셀러 1위에 대하여
올해 상반기 출판계 화제 중 하나는 ‘문학평론가의 베스트셀러 1위’였다. 정여울의 여행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이 단순히 여행이나 문학 분야를 넘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와 2위를 줄기차게 오르내렸던 것이다. 순문학을 하던 작가, 그것도 문학평론가로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 반응은 엇갈렸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문학이 거둔 쾌거라는 호의적 평가와 항공사의 CF에 기댄 상업적 기획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양쪽 모두 부분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성공하려면 창업자 애착 극복해야
동부그룹이 백척간두에 섰다.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이 내달 초 7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비롯해 8월 400억원 등 4000억원이 넘는 회사채가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동부제철 총 차입금은 2조3080억원이다.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 중이지만 녹록치 않다.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향해 당초 약속대로 1000억원 사재를 털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김 회장의 사재는 동부메탈과 동부팜한농의 대주주
늙은 레슬러의 의리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전면조사에 합의하면서 북·일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북·일 양측은 지난달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또 조사가 개시되는 시점에 일본이 취하고 있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풀기로 했다.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면 국교 정상화 협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한국과 미국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지나치게 북한 페이스에 말리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판사의 자질
지난해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취재원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피고인이 항소해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왔는데 재판장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는 하소연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고 하니, 재판장이 너무 피고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게 수상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피고인쪽 변호인이 재판장에게 손을 쓴 게 아니겠냐고 했다. 도대체 어떤 재판부에서 사건을 맡았길래 취재원이 이런 하소연을 하나 싶어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사건번호를 넘겨받아 담당 재판부를 확인한 필자는 취재원에게 “절대 변
삼성 앞이 전쟁터처럼 되지 않으려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 수백명이 철야농성 중이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마다 장송곡이 울리는 가운데, 최근 자살한 동료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은 노동자들이 노조활동 보장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삼성돌이’를 한다. 시위 노동자들과 삼성 사이에서 수많은 경찰과 경찰차들이 방패막이를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이 모습은 한국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사 갈등의 부작용은 단순히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손실 차원을 넘
뉴스와 루머, 그 사이에서
‘뉴스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언론학자들로부터 미디어에 관한 최고의 역사 교과서로 손꼽히는 ‘뉴스의 역사’란 책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인 미첼 스티븐스에 따르면 미디어의 역사는, 뉴스를 향한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간’을 단축시켜온 역사와 다르지 않다. 입소문에서 인쇄물로, 인쇄물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인터넷으로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인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SNS의 시대를 맞았다. 그의 말대로 뭔
그들의 불로소득과 지급되지 않은 근로소득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 염호석씨가 자살했다. 자기가 살던 경남 양산을 떠나 강원도 정동진에 가서 죽었다. 해가 뜨는 그곳에 간 까닭을 염호석씨는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라고 유서에서 밝혔다. 염씨가 소속돼 있는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금 파업에 들어가 있다. 노조 요구를 살펴봤더니 무척 단순했다. 생활임금과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사업장 위장 폐업을 철회하라는 정도였다. 염호석씨는 2010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들어갔다. 2년 뒤 센터 사장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두 편의 단편을 소개한다. 하나는 한국의 젊은 작가 조해진(38)의 ‘빛의 호위’. 또 하나는 미국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우선 ‘빛의 호위’에 대해서.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단편은 나치 시절의 벨기에와 뉴욕과 서울의 지금을 넘나든다. 말하자면, ‘남은 자의 예의’에 대한 나지막한 목소리다. 우선 1940년의 벨기에. 유대인 동원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