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00)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튀르키예 지진현장에서 날아온 사진 한 장. 담담한 표정의 남자가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삐져나온 손을 잡고 있습니다. 외신기자가 찍은 사진 속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진 딸의 손을 잡고 곁을 지키는 것 뿐이었습니다.어둠이 내린 인천공항 출국장. 튀르키예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긴급구호대(KDRT) 대원의 눈가엔…
[뷰파인더 너머] (99) 마스크를 '진짜' 벗기까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체육시간,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공을 쫓는다. 공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해? 스로인 룰을 서로 알려주며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뻥뻥 축구하고 있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오로지 즐기는 배움의 현장을 목도했다. 땀에 젖은 아이들은 서로 짜릿한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온라인 수업으로는 할 수 없는 진짜 학교생활을 비
[뷰파인더 너머] (98)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기자의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사진기자가 됐지만, 누군가의 죽음과 그 슬픔을 카메라로 마주하는 상황은 늘 어렵습니다. 카메라로 훑은 현장을 모니터로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힘든 시간입니다. 입사 17년, 여전히 취재했던 많은 참사 현장의 아픈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아 간혹 꿈에 나올 때도 있습니다.저는…
[뷰파인더 너머] (97) '노 마스크' 졸업식… 환하게 찰칵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마스크 쓰고 얼굴도 모른 채 새 학기를 시작했던 학생들이 이제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으며 안녕을 고합니다. 코로나19로 갖가지 통제가 심했던 2020년. 고등학교를 입학한 학생들은 거리두기와 마스크, 온라인수업 등으로 학창시절을 보냈죠. 그 흔한 소풍도, 운동회도 함께 하지 못한 학창시절. 그들은 고교 생활을 어떻게 추억할까요?실내
[뷰파인더 너머] (96)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 간 할머니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글자를 몰라 마트에서 새우 그림 보고 튀김가루 사는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어 연필을 꼭 잡았습니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소 먹일 풀을 뜯으며 자식들을 키우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의 주름진 손이 떨렸습니다. 못 배운 한(恨)을 풀고자 70~80대 할머니들이 책걸상에 앉아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대구 남구 평생학습관 문해학
[뷰파인더 너머] (95) 왔는데요, 안 왔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통신사 사진기자 10년차. 이제는 중요한 사건이 있는 현장에서의 실수 따위는 허락되지 않고, 스케치 위주의 단순한 현장에선 알아서 척척, 플러스 알파까지 해내는 그런 연차입니다.그러다가 최근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 알아서 척척 하는 현장에서의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졌습니다. 번아웃이 온 겁니다.번
[뷰파인더 너머] (94) 내가 서 있는 승강장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선전전 취재를 위해 찾은 삼각지역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승강장 반대편에 인간 바리게이트를 만든 경찰들이 아득하게 보였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14시간 동안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바로 다음 날,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운 삼각지역에서 선전전이 열렸다. 내가 서 있는 승강장에는 생
[뷰파인더 너머] (93) 빛으로 전해드리는 행복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엄마! 내일 평근? 야근? 늦게 퇴근해? 새해 첫날, 엄마 껌딱지(?)인 초등학생 두 아이가 저를 꼭 껴안고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물어봅니다. 아이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엄마 아빠 몇 시 퇴근?입니다. 행복의 기준이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하네요.제 행복의 이유 역시 아이들 입니다. 돌 지나서까지 엄마에게서 0.001mm라도
[뷰파인더 너머] (92) 새해에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가득하기를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빅도어(BIG DOOR)에 HAPPY NEW YEAR 2023이라는 문구와 화려한 불빛들이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호랑이 기운으로 힘차게 시작하자며 다짐하던 게 엊그제인데 숨 고르고 땀 한번 훔쳐내고 보니 어느새 2023년 새해가 코 앞입니다.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코로나19의 불안감 속에 시작된 대
[뷰파인더 너머] (91) 솔숲의 하늘, 날이 저물도록 올려다 봤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청도 운문사 입구 노송들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저마다 키높이 경쟁을 하면서도 한 뼘 거리를 두고 하늘을 나눠 가졌습니다. 덩치가 크다고, 키 작은 나무라고, 함부로 하늘을 가리는 법이 없습니다.나뭇잎은 다른 잎을 만나면 서로 닿지 않게 기피하며 생장을 멈춘다. 연구 끝에 학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른바 수관기피(樹冠忌避). 나무는 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