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쌈짓돈 막장 풍경

제26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지난 4·11 총선이 지난 직후 김문수 경기지사의 당내 경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차명진 전 의원은 “정치후원금이 남아서 빨리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자신도 모르게 정치후원금에 대한 인식수준을 드러냈다고 판단했다. 차 의원처럼 선거에서 낙선한 의원들의 정치후원금 지출 실태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취재 과정에서 발목을 잡은 것은 이를 감시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다. 정치후원금 수입·지출보고서 열람을 요청하자 선관위는 자료 준비시간과 정보공개 청구 등을 요구하며 지연시켰다. 정보공개 관련한 법조항을 들이대자 그제야 자료를 공개했다.

3개월간의 자료요청과 전직 보좌진의 도움을 통해 분석한 자료는 충격적이었다.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쌈짓돈처럼 다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 달에 간담회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지출했고, 국가로부터 공무원연금을 받게 되는 보좌진들에게 수천만 원의 퇴직금 잔치를 벌였다. 임기만료 의원 177명은 평소 1년간 지출하는 돈을 5개월 만에 다 썼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에 인계한 잔여 후원액은 1인당 7만원 꼴에 불과했다.

정치후원금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스스로 ‘목에 방울달기’를 주저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자료를 바탕으로 모두 실명을 담았다. 단순히 기사에 거론된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취재를 진행하며 국회의원 스스로 인식을 전환하고 법 개정에 나서주길 바라는 일관된 자세를 유지했다.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정치후원금은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필요적 비용이며,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투명한 정치후원 문화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2012년 9월, 여야의 대선후보와 지도부는 한결같이 정치 쇄신을 말한다. 정치 쇄신은 각종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권력과 민의(民義)를 사유화하는 의원들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다.

‘금배지 쌈짓돈 막장풍경’ 시리즈를 통해 국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이 국민을 대변하는 진정한 의정활동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되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 또한 투명한 정치후원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바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취재에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주신 아시아경제신문 선배·동료들과 백우진 부장, 김영무 편집국장, 이세정 사장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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