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작1본부에 이어 8일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이 사측의 조직개편 시행에 반발해 보직 사퇴했다. 기술본부·제작기술센터 전체 팀장 71명의 약 7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노조 차원의 대응이 아닌, 회사 정책에 반대해 팀장단이 대거 보직 사퇴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런데 기술본부 팀장단이 보직 사퇴를 결의하는 과정에서 기술본부장이 보직 사퇴 시 “인사 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해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일 제작1본부 팀장 16명도 기명 성명을 내어 같은 이유로 보직 사퇴한 바 있다.
8일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은 성명에서 “기존 팀장 보직 사퇴 성명 및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전적인 조직개편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의 장과 명확한 직무분석 없는 단순 통합방식으로 방송기술의 경쟁력을 도태시키는 조직개편이 강행됐다”며 “이에 조직개편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참담한 심정으로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들은 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기술본부 팀장들의 성명서가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강동구 KBS 기술본부장은 예정에 없던 국·부장 회의를 소집해 보직 사퇴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한 듯 “보직 사퇴 시 인사 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
김승준 KBS 기술인협회장은 “제작1본부 팀장단 보직 사퇴 때도 기술본부장은 회의를 소집해 국부장에게 ‘나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니 보직 사퇴를 할 거면 자신과 대화를 하고, 성명을 올리기 전에 알려달라’고 했다”며 “그 과정도 무언의 입단속으로 여겨져 저희는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0일 관련 성명을 내어 “강동구 본부장의 협박대로 보직 사퇴를 한 구성원들에게 징계나 인사 등으로 보복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즉각 고발하는 등 보직 사퇴 팀장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며 “팀장들이 보직을 사퇴한 건 더 이상 낙하산 박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민도 이제 연임이라는 헛된 꿈을 버리고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25일 KBS 이사회는 여권 이사들 단독으로 박민 사장이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기술본부를 ‘방송인프라본부’로 바꿔 여러 국을 통합하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게 골자다. 이에 사실상 “특정 업무를 분사, 외주화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구성원의 지적이 나왔다. 7월 사측의 조직개편 추진 당시부터 지난 3개월 간 KBS 사내 3개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노동조합·KBS같이노동조합)와 기술인협회, PD협회 등은 공동 피켓시위 등을 진행하며 이번 조직개편 추진을 거세게 반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