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언젠간 받을거라 생각… 올해일 줄은 몰랐다"

[마감 코앞, 분주했던 그날 밤 편집국]
문화부 필두로 타 부서들 취재지원
매경 '한강 서면 단독 인터뷰' 화제
광주·무등일보 등 지역지도 판갈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전한 감동과 환희가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서점 등 출판가는 물론 미디어가 온통 한강 작가 이야기로 들썩거리고, 언론은 이 같은 ‘한강 신드롬’을 조명하기 바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언젠가는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올해가 될 줄은 몰랐다.” 신문사 문학 담당 기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세계는 이미 한강 작가와 그의 작품을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을 받기에는 ‘아직 젊다’는 게 중론이었다. 지난해 수상 작가인 욘 포세는 60대고, 그보다 한 해 전 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는 80대였다. 가수 밥 딜런이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될 때 나이는 75세였다. 만 나이로 53세인 한강 작가의 수상을 점치기엔 이른 시점이었다.

매일경제신문이 10월11일자 3면에 보도한 한강 작가 인터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이뤄진 인터뷰는 아니지만 수상 당일 아침 작가가 직접 답변한 내용을 포함한, ‘세계 미디어 유일의 인터뷰’가 됐다.

외국 작가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 저마다의 방식과 기준으로 추린 유력 수상 후보군 중 한 명의 이름이 불릴 것을 예상하며, 10일 오후 8시, 전국의 모든 문학 담당 기자들은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한강의 이름이 불리자 신문사 편집국엔 탄성과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전혼잎 한국일보 문학 담당 기자는 “순간 정말 그 한강인가? 한강이 맞나? 한참을 멍한 기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멍하니 있을 수도, 감탄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제작 마감이 코앞이던 신문사 편집국엔 비상이 걸렸다. 이한수 조선일보 문화부장은 “처음엔 멘붕이었다. 큰일 났다 싶었다”고 했다. 문화면을 제외하고 거의 끝나가던 지면 제작이 “오후 8시에 새로 시작”됐다. 조선일보만 그런 게 아니었다. 1면은 물론 종합면이 주로 차지하던 3~5면까지 노벨상 소식으로 채워졌다. 문학 담당 기자가 수상 소식과 작가의 작품 세계 등을 기사로 쓰면, 사회부는 서점 등에 나가서 시민들 반응을 취재하고, 전국부 기자는 작가의 고향인 광주에서 시민들 반응을 듣고, 국제부는 외신 보도를 종합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광주·전남 지역 일간지 광주일보와 무등일보도 이례적으로 개판을 하면서까지 1면에 수상 소식을 전했다. 유지호 무등일보 디지털본부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가장 큰 뉴스니까 당연히 신문에 실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무조건 1면에 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비슷한 경험과 감상을 공유했을 뉴스룸의 기자 중에서도 ‘2024년 10월10일’을 특히 잊지 못할 기자가 있다. 바로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당일(신문은 11일자), 한강 작가 ‘단독 인터뷰’ 기사를 쓴 김유태 매일경제신문 기자다. 김 기자는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된 한강 작가에게 9월29일 첫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은 뒤 다시 추가 질의에 대한 답변을 받았는데, 마지막 답변이 이메일로 도착한 게 마침 10일 오전이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전해진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전율”을 느낀 건 당연지사. 그렇게 김 기자는 “수상 당일 이뤄진 세계 미디어 유일의 인터뷰” 주인공이 됐다.


그의 한강 인터뷰는 딱딱한 기사라기보다 그 자체로 문학적인 한 편의 ‘대화’ 같다. 그는 14일 기자협회보에 “선생님이 꽁꽁 숨으실까 봐 제일 겁이 났고, 평이한 질문을 드리면 답하면서도 불편하실 거라 생각했다”고 이 특별한 인터뷰 배경을 설명했다. 조금은 현학적인, 그러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질문에 작가는 가만히 마음을 열고 목소리를 들려줬다. 이를 그대로 전하고 싶었던 김 기자는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전문(全文)을 실어줄 것을 부장에게 요구했다. 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은 흔쾌히 수용하며 직접 제목까지 뽑았고, 편집부에선 흑백사진을 넣어 서정적인 지면을 완성했다. 노벨상 수상을 예상하고 진행된 인터뷰가 아니었고, 그래서 서둘러 인터뷰를 내느라 “리라이팅할 시간도 없던” 이유도 있었지만, 오히려 원문을 그대로 살린 인터뷰여서 좋다는 반응이 많다. 그의 기사는 많은 화제를 뿌렸고, 페이스북에 쓴 후기도 수백 회(14일 기준) 공유됐다.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한 것은 물론이다.


국문학을 전공하던 대학 4학년 때 <채식주의자>로 리포트 대신 소논문을 쓰고, 한강 작가의 모든 작품을 거의 초판으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김 기자는 “노벨상을 받는 순간을 기사로 쓰게 되어 영광이고, 이 순간에 잠깐이라도 동참할 수 있었다는 게 독자로서도 큰일이며, 이 기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분 중에 조해진 작가 등 세계문학이나 해외 출판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분이 많은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다른 작가들의 책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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